이진구(자유기고가)
이진구(자유기고가)

  나의 글은 맛깔나지 못하다.
  읽어서 유익한 지식의 곳간 역할도 하지 못한다.
  어떤 이의 글처럼 시 같은 문구가 있어 외워 써먹어봄직한 명문도 만들지 못한다.
  그렇다고 특별히 흥미라도 있어 무료한 오후 재미꺼리도 되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4년째 신문에 글을 쓰고, 이 허접한 글을 고맙게도 4년째 지면을 할애하는 신문이 있다.
  어떤 미련이 있어 글을 쓰고 또 싣는가?

  1월 10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대통령의 기조연설 후 질의응답 순서가 있었고, 대통령께서 직접 "질문하실 분"을 찾았다.
  2백여 명의 기자들은 각자 기발한 방법으로 질의자로 지명받기 위해서 노력했다. 대통령이 늘 성공을 기원하는 평창 마스코트를 들고 흔들어 관심을 끄는 기자, 튀는 색의 옷을 입고 와서 지명 받고는 '옷의 색이 신의 한수'였다고 스스로 뿌듯해 하는 여기자, 두 손들고 흔드는 기자, 아예 반쯤 일어나 손을 드는 기자도 있었다.
  어떤 기자는 대통령께서 지명한 기자 주변에 있으면서 자기가 지명받은 듯 일어나 질의해 버리는 적극적이고 밉지 않은 얌체 기자도 있었다.
  어쨌든 지명받은 기자들은 예전과 다르게 각본이나 주의사항 없이 자유롭게 질문했다.
  때로는 재미있는 내용으로, 혹은 국민들이 매우 궁금해하는 질문을 했고, 간혹 대통령을 질책하는 당황스러운 질문도 있었다.
  이렇게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질문자로 선택되지 못한 기자는 '다음에 우선권을 드리겠다'라는 대통령의 위로를 받으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기자회견 다운 제대로 된 모습을 보며 가슴 뿌듯한 한편으로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괘심하고 한심하고 분한 마음까지 든다.
  지난 몇 년간 언론은 정의로움과 진실, 국민의 처절한 호소에는 눈 감고 귀 막고 오로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보신만을 위해서 국민과 나라를 팔아먹었기 때문이다.
  그들 스스로 정한 <기자윤리 강령> 첫 번째 항 “우리는 권력과 금력 등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내·외부의 개인 또는 집단의 어떤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도 단호히 배격한다.”라는 약속마저 헌신짝처럼 버리고 불의에 봉사했기 때문이다.
  권력과 맞서 싸워 언론의 역을 지켜야 하는 언론인들이 명예는 개밥 취급하고 오로지 금권만 쫓아 진실을 못 본 척했다.
  허구한 날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청와대의 문제를 알지 못하고, 기자회견에 병풍이나 서며 질의 한번 못하고 오히려 권력자의 두서없는 말을 받아쓰기하던 것이 청와대 기자들의 불과 얼마 전까지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한번 하지 않고 바뀐 세상에서도 또다시 꽃길을 걷고 있기에 한심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언론이 검찰이나 국세청 못지않은 권력기관으로 취급하는 이유는 언론이 사회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나라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과연 이런 역할을 담당할 능력과 자세를 조금이라도 갖추었는지 진심으로 걱정이다.
  “대통령을 지지자분들의 댓글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지자들에게 어떻게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전할 말이 있는지 궁금하다. 비방하는 댓글이 없고, 그래야 좀 편하게 기사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조선일보 박정엽 기자의 미용실 아줌마들 웃자고 하는 대화보다 못한 말을 듣고 생각한다.
  또다시 어느 날 표독한 지도자가 권력을 잡아 국정원 같은 권력기관을 동원하여 윽박지르거나, 권력자가 직접 레이저 눈빛으로 쳐다만 보아도 지도자의 마음을 거스르게 하는 질문 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않을 기자들이 이들이 아닐까? 그런 대가로 잘 차려진 밥상과 적지 않은 고액권이 든 봉투와 이미 작성된 기사를 받아들고 '세상 사는 지혜'를 가르치려 들 기자들이 아닐까? 이런 의심을 지울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방 한구석의 볼품없는 솜씨로 한 달에 두어 번 나오는 신문에 글을 싣지만 감히'비겁하지 않는 것도 자랑이겠다!'싶은 생각이 들어 앞으로도 경산과 나라의 지도자들을 향한 쓴소리를 하겠다는 2018년 신년 계획을 세워본다.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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