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타쿠와 영혼 없는 부하

이진구(자유기고가)
이진구(자유기고가)

  우리가 가장 '얍삽'하다고 말하는 것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을 말한다.

  강자가 시키는 대로 악도 행하고, 나아가 권력에 알아서 스스로 복종하는 일이다.

  이것이 세상 불의의 가장 근원이고 일본의 특기이기도 하다.

  얍삽의 극치가 <손타쿠(忖度)>인데 옳지 않은 일을 스스로 알아서 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노예처럼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아베의 정치생명 최대의 위기인 '사학 스캔들' 문제도 일본 공무원들 사이에 만연한 손타쿠 문화의 폐해라고 말한다.

  권력자가 먼저 지시하지 않아도 공무원이 알아서 권력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손타쿠가 초래한 국민 저항은 아베 사퇴는 물론 손타쿠 행위자들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아울러 일본 사회 전체의 자정을 구하고 있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억울하다.“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의 한 직원은

  "윗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왜 말단인 5급, 6급까지 다 기소했는지 억울하고 너무 고통스럽다“ 라며 오히려 울분을 토로했다.

  독립군을 잡아 고문 살해한 한국인 일본 순사도 위에서 시켜서 한 일이고,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도 두 사람을 빼면 모두 시켜서 한 일이다.

  국방비리, 사법 비리, 교육비리 등 모든 비리는 최고위 한두 사람이 지지자이고 나머지는 모두 이의 실행자이다.

  손다구가 무죄이고, 시켜서 행한 악행이 무죄라면 이 사회는 <동물의 왕국> 그 이상일 수 없고, 위협과 고통을 감수하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의인들을 오히려 엄벌해야 하는 이상한 나라가 된다.

  한 기업에서 빼간 돈만 우리나라 모든 가구에 3백5십7만 원씩이다.

  MBC 피디수첩과 TBS교통방송 진행자 김어준의 방송에 의하면 이명박 정권 시절 포스코의 돈 50조가 사라졌다고 한다.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던 13조와 매년 5조의 수익 25조가 사라진 것은 물론 12조의 부채까지 지워놓았으니 50조가 사라진 것이다.

  공기업에 준하는 민족기업 포스코에서 우리나라 1천4백만 전 가구에 대해서 집집마다 3백5십7만 원을 강탈해 간 것이다.

  이명박 정권 시기 포스코 한 기업에만 사라진 돈이 50조이고 자원외교를 보면 수자원공사, 광물공사 등에서 이보다 훨씬 많은 국가의 돈이 사라졌다고 하니 분하고 원통한 일이다.

  이런 모든 일은 ‘시키는 대로 해서 생긴 일이다’

  더하여 시키지도 않은 증거인멸이 10년 동안 이루어졌다고 하니 이들은 가히 나라를 팔아먹은 권력과 공범일 뿐이다.

  미취업 청년 20만 명에게 2억 5천만 원을 줄 수 있다.

  나는 포항을 자주 방문한다.

  방문 때마다 느끼지만, 포항은 울산 못지않게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생각이 드는 도시였다.

  그런데 MB 정권 말부터 포항의 경기가 많이 나빠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정도였다. 그때는 이미 포항제철에서 50조가 사라진 뒤였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한 ‘취준생’들의 삶은 비참하기까지 하다.

  이런 취준생 20만 명에게 2억 5천만 원씩 줄 수 있는 돈이 50조인데, MB 정권 기간 동안 포스코 한 기업에서만 사라진 돈이 이 정도이란다.

  손타쿠를 행한 자들과 시키는 대로 한 자들은 이 돈의 구체적인 행방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회개할 수 있는 길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대문호 알베르 까뮈가 말했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으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게 된다.“

  포항시민을 중심으로 국민이 처벌과 환수를 외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명 이진구(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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