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잠자리 / 전명숙

전명숙
한국문인협회 경산지부 사무국장

이파리는 잠자리를
잠자리는 이파리를 부여잡고
젖은 몸 말리며
붉게 번진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고 있다.
힘겹게 벗긴, 어제의 허물은 자유라고
꼿꼿하게 펼친 양쪽 날개는 열망이라고
손금 같은 잎맥을 슬쩍 부는 바람에 감춘다.
아픈 기억들, 햇살에 뽀송뽀송해지면
바람의 계단을 밟고 비상(飛上)하겠지
몇 겹을 벗어 던진
내 마음이 타들어 가는 계절에
머뭇거림 없이, 앉고 싶은 곳을 향해
잠자리처럼 달아나고 싶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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