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가 유치원에 다니며 배운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래를 들어서 인지 이번 울릉도 여행은 왜진 마음이 들떠 밤잠을 설쳤다.

  간단한 여행 준비를 하고 친구 차량으로 포항 선착장으로 가니 꽤 많은 여행객이 붐볐다. 작년에 한번 예약했으나 태풍으로 연기했던 일이있어 이번에도 설마했으나 무사히 출발했다. 가는 도중 예기치 못한 파도가 치고 배가 울렁거려 뱃 멀미를 하기 시작했다. 평소 건가을 자신 하던 터라 뱃 멀미는 생각도 못했는데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약이라도 준비해둘걸 생각하며 긴 시간을 견뎠다.

  약 4시간 가까이 지나 도동항에 도착했다. 지쳐서 정신이 혼미했다. 친구가 저승갔다 올뻔했다면서 농담을 던졌다. 도동항에는 관광객 손님맞이로 차량이 운집해 몹시 붐볐다.
  예약된 천일펜션 가이드가 마중나와 무사히 숙소에 여장을 풀고 오징어 물회로 늦은 점심을 먹으니 차츰 원기가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런 다음 독도 박물관을 관람하고 케이블카(6분거리)를 타고 마향봉 정상에 왔다. 거기에 독도방향 거리가 87.4km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안개가 끼어 망원경으로 독도는 볼 수 없었다.

  시원한 가을 바다 바람을 쐬고나니 뱃 멀미가 한결 나아진 것 같다. 창망하고 활달하여 장쾌한 바다가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하산하면서 도동약수터 씁쓰레 하면서도 톡쏘는 탄산 철분 약수가 몸을 더욱 개운하게 해 주었다. 조금 지나니 청마 유치환 시인의 시비가 보였다.

 “동국의 먼 심해선(深海線)밖의 한 점 선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의 멧부리 방울튀어 애달픈 국도의 막내“

  남성적이고 굵은 텃치의 이미지를 구사하는 청마 시인 정취에 젖으며 산길로 내려와 도동항에 도착하니 마침 우산 문화제가 열리고 있었다. 새마을 부녀회에서 향토 음식 시연 및 시식회가 있어 오징어 홍합밥, 오징어전, 오징어내장 막걸리, 호박떡으로 저녁을 때우고 관광객 노래자랑을 MC 폭소와 함께 즐겼다. 시상이 끝나고 내일을 위해 숙소로 갔다.

  다음날 새벽 6시 10분 해돋이를 보았다. 촛대바위와 어울려져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장엄하고도 화려했다. 새삼 창조주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아침 소고기해장국으로 식사를 하고 도동으로 가서 임대 택시로 갈 수 있는 B코스를 향했다. 울릉도는 총 면적이 72.669.781m 2. 이며, 길이는 39.8km의 해안 일주 도로가 개설되어 있다고 한다.

  관광코스는 A와 B코스가 있으며 관광버스 120대, 택시 52대(개인33, 영업용19) 일반차량이 5,200대가 있다. 그리고 울릉도에는 뱀, 도둑, 공해, 3무이고 5가지(향나무, 물, 돌, 바람, 미인피부)가 많다고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B코스 봉래폭포로 가는 도중 천연에어콘 풍혈(風穴)를 맞으며 삼나무 삼림욕(피톤치드)을 지나니 봉래폭포(蓬萊瀑布)가 3단으로 물줄기를 뽐내며 떨어졌다.

  섬에서 어떻게 이런 물줄기가 흘러나올까 궁금했다. 저동항 방파제 옆 어판장 바닥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오징어 배를 가르고 물로 씻어낸 뒤 죽대에 능숙한 솜씨로 끼워내는 아낙네들의 숙련된 손놀림이 신기했다. 방파제와 함께 있는 촛대바위 또는 효녀바위 앞에 전설이 기록되어 있었다.

  아버지가 출항하여 몇일이고 귀항하지 않아 딸이 간절한 기도를 하고 있을 때 아버지 배가 돌아와 너무 기뻐 바다로 뛰어들다가 그만 실족해 빠져 죽었다는 사연이었다. 딸의 그 영혼이 기도하는 모습으로 변해 효녀바위가 되었다는 것이다.

  저동(苧洞)은 마을 주변에 모래가 많아 모래를 모시개라고 불러 큰모시개, 중모시개, 작은 모시개의 3개 마을로 나누어 있었다. 1962년 박정희 대통령 권한 대행 지시로 저동항이 준설되어 지금은 30톤급 어선 1,00여척이 접안 할 수 있다. 뭐니 뭐니해도 울릉도의 대표적인 어종은 오징어다. 1980년대만해도 인구가 4만5천에서 지금은 모두 도시로 떠나 인구가 15,000명 정도라고 한다.

  내수전 일출 전망대에서 죽도를 바라보니 외롭게 떠있는 섬의 풍경이 절경이 였다. 죽도 외딴섬은 3가구가 살다가 지금은 한가구가 그것도 총각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고 한다.

  다시 도동한 거쳐 사동한 해변도로로 질주하다 독도를 갈려면 사동항에서 승선해야 된다고 한다. 내 뱃멀미로 할 수 없이 독도여행은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혼자 노래를 불렀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 외로움 섬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 우겨도 독도는 우리땅”

  그러면서 집에 돌아가 외손녀가 할아버지 독도 가보았어요?하면 뭐라고 변명할까 은근히 걱정되기로 했다. 차량으로 순환도로를 달리면서 사동모녀(물게치개) - 옥천호박엿공장, 서면통구미(거북바위) - 향나무 자생지, 남통터널376m, 사자바위, 가재바위, 투구봉 , 돼지바위, 마가목(신경통)가로수, 삼막터널460m, 성하신당, 태하, 향목 모노레일, 현포 해양 심층수 공장, 노인봉, 코끼리바위, 특히 학포는 절벽에 집을 지어 마루에서 바다낚시를 할 수 있다. 이곳을 돌아보며 하루를 보냈다.

  이곳 울릉도는 다른 섬들과 달리 물이 풍부해서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물의 자급자족은 세계 어느 나라 섬 중에서도 제일이라고 한다. 전기는 수력발전소와 일부 화력발전으로 충당 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아기자기 한 맛은 제주도보다 훨씬 수려하고 또 화려한 것 같다. 가는 길에 통기타 가수 이장희씨 별장이 도로변에 보였다. 

  북면 천부리 천부성당에서 잠시 성체조배를 하고 나왔다. 건물이 노후해 보수를 빨리해야 할 것 같았다. 울릉도 전체에 성당 2개신교, 사찰 6개소가 있다고 하니 참으로 인구에 비례하여 교회가 많았다. 북면 소재지이자 버스 종점인 천부리에서 나라분지로 가는 길은 험난해 만만찮았다.

  노폭이 비좁은 데다 아찔한 급경사와 급커브가 계속되었다.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는 특이하게도 칼데라(Caldera 분화구)안에 약60만평 자리잡고 있었다. 한때 약초 재배로 93가구 500여명이 살았으나 중국산 수입으로 주민들이 도시로 떠났다고 한다.

  지금은 13가구가 주로 더덕 산나물 고비 같은 산나물을 재배하면서 민박집과 음식점을 운영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옛 모습 그대로 전통 가옥인 투막집과 나머지 한 채는 송판을 잘라 지붕을 올린 너와집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늦은 시간에 나리촌 식당에서 산채 비빔밥을 들었다. 다래 마가목과 머루 더덕등으로 직접 담갔다는 탁주 맛도 오래도록 입 안에 맴돌았다. 식당앞에는 신경통에 좋다는 꽤 큰 마가목 4그루가 빨갛게 익은 열매를 달고 우리를 반겼다.

  다시 딴바위를 보고 찾아간 석포 정상에는 조선 숙종때 살았던 안용복의 기념비가 있었다. 평민인데도 일본에 두차례나 건너가 에도 막부로부터 울릉도와 독도는 조선땅 임을 확약한다 라는 국서를 받아낸 인물이다. 배에 탄 무사도의 기념비가 있으며 기념관이 완공되었으나 아직 개관되지 않았다.

  삼선암은 아득한 옛날 이곳 경치에 반한 세선녀가 목욕을 하다가 하늘로 올라갈 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옥황상제의 노여움으로 바위로 변했다는 것이다. 새 바위 모두 선사시대의 돌칼처럼 납작하고 날카롭다, 높이가 30-40m쯤 되는데 두 개는 나란히 붙어 있고 하나는 떨어져 있다. 눈앞에 바로 보이는 바위는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거의 붙어 있는 바위는 부부바위이고 홀로 서있는 바위는 일선암이라 부른다.

  바로 관음도와 섬목이 빤히 보이는 선창 마을앞에 이르렀다. 관음도는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겼던 것을 지금은 자유로이 다리를 이용해 드나들고 있다. 공사비 113억원 사업비들어 본섬과 관음도(까세섬)를 잇는 연도교(엘리베이트7층)탐방로가 설치되어 있다. 거기서 보는 바다 풍경은 일품이었다. 멀리 죽도가 보인다. 2008년 90번 국가지원 지방도로로 승격되어 울릉순환 도로로 불리어 1963년부터 40년넘게 개설공사가 계속되어 왔다.

  동북쪽 해안에 위치한 섬목과 내수전 사이의 4.3km 구간은 미개통 상태로 공사중이다. 100m당 공사비가 27억이나 되는 난공사이다. 마지막으로 도동성당에 들려서 성체조배 드리고 뒷산에 독도를 지키는 성모님께 기도 드렸다. 3일째 아침식사는 도동에 별미라고 해서 물 엉컹퀴 해장국을 먹었다. 오전은 저동 둘레길을 산책하고 쉼터에서 울릉도 막걸리를 한잔하면서 바다와 함께 오래 침묵에 잠기면서 나 홀로 모처럼 깊은 사념에 잠겼다.

  돌아오는 길, 평소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생각하고 마가목 묘목화분 하나를 샀다. 그리고 농협 공판장에 가서 명이절임, 마른오징어, 미역취 부지갱이 나물등을 구입했다. 15시30붙 승선하여 포항에 무사히 도차개 죽도시장에서 회밥으로 저녁 식사를 끝내고 대구로 향했다.

2013. 10. 02. - 04(2박3일) 울릉도 여행

2013. 10. 12 김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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