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손을 놓으면 헤어지게 될까 결혼생활 76년을 한결같이 두 손 꼭∼ 잡고 다니신다.’‘소녀 신부가 너무 아름답고 귀여워 옆에 재우고 얼굴만 쓰다듬으며 지냈다. 몇 년 후 신부 스스로 신랑의 품에 안기고서야 부부관계는 시작 되었다.’‘살아 계실 때 헌옷을 모두 태워야 한다. 돌아가시면 새 옷만 태워야지 저승에서 새 옷을 입고 다니실 수 있으니’

  2014년 마지막 날 영화‘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봤다.

  사랑이 뭔지 모르지만 애틋하게, 진득하게, 꾸밈없이 서로를 배려할 때 생기는 따뜻한 감정일거라는 것을 가르쳐 준 영화다. 2014년 마지막 날 모르는 누구로부터 소박하지만 예쁜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이 영화로 인해 나이 드는 것이 두려운 일만은 아님을 알게 되었고, 죽음은 자연의 평화로운 이치임을 깨닫게 되었다.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먼 옛날 고조선 시대 백수 광부가 강을 건너다 죽자, 슬픔에 빠진 그의 아내는“임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노래 ‘공무도하가’를 서글피 부르다 남편을 따라 강물에 빠져 죽었다.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公無渡河)
  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公竟渡河)
  물에 빠져 죽었으니,(墮河而死)
  장차 임을 어이할꼬.(將奈公何)

  6남매 모두 키워 저 강 건너 도시로 보내고 이제 천생배필 할아버지랑 여생을 보내는데, 아∼ 님아 당신까지 저 강을 건너 나를 떠난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꼬.
 “3개월만 더 살아 준다면 내 마음이 얼마나 좋겠소”
  아∼ 님아!
  할아버지 말대로 죽음이 자연의 섭리이면 손잡고 함께 가면 얼마나 좋겠소. 그리되지 않으면 먼저 저승에 가서 기다려요. 나 곧 갈테니.
  먼 옛날 공후인이 부른 공무도하가를 오늘 다시 부른다.

  독 립 영 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과 독립되어 무슨 일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더구나 그 결과물을 나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고 대중 앞에 선보이는 것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려운 길을 스스로 택하여 자본과 배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만든 영화를‘독립영화(Independent Film)’라 한다.

  누가 주는 돈에 메여있지 않으니 내용에서 자유롭고, 흥행에 목숨 걸지 않으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으며, 작가정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으니 참다운‘예술영화’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보듯 독립영화는 적은 제작비 때문에 다소 지루하고, 스케일이 작으며, 기술적으로 기능 등이 부족하고, 내용 전개 방식이 전문적이지 못한 면이 있다.

  영화의 평이 만점인 10점과 빵점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다.(물론 10점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보여주는‘진심’은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어 20대까지도 트렌드가 되었다.

  분명한 것은‘이 영화의 성공은 이 모든 것을 헤아리는 관객들의 높은 수준으로 인한 것이다.’는 사실이다.

  마치‘진심이 담긴 이런 독립영화를 국민들이 키워줘야 한다.’고 캠페인 하는 듯하다.

  "눈물과 웃음이 주는 선물"

  나는 이 영화를 봐야하는 또 하나의 엉뚱한 이유를 붙인다. 이 영화가 주는 웃음과 눈물이라는 보약을 먹고 희망의 2015년을 맞이하자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한번 크게 웃을 때마다 엔도르핀을 포함한 21가지 쾌감 호르몬을 쏟아내는데 그 중 엔케팔린이란 호르몬은 모르핀보다 300배나 강한 통증 완화 효과를 낸다고 한다.

  한번 웃으면 신체의 650개 근육 중 231개, 얼굴 근육 80개 중 15개가 움직여 에어로빅을 5분 동안 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하루 15초만 웃어도 이틀을 더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양파를 깔 때처럼 감정 없이 흘리는 눈물과는 달리 기쁠 때나 슬플 때 흘리는 눈물에는 카테콜라민이 다량 함유되어 있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쌓여 만병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 카테콜라민이고 이를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감정 있는 눈물’이란다.

  학자들의 과학적인 판단을 떠나 실제로 영국에서는 다이에나 황태자비가 죽은 해 국민들이 너무 많이 울어서 우울증 환자가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또한 미 알츠하이머 연구소는 여성과 남성의 평균 수명은 여성이 많이 울기 때문에 훨씬 길다고 한다.

  12월 31일 2014년을 보내는 마지막 날 함박눈이 오신다. 힘들고 괴로웠던 한해를 하얀 눈으로 덮어버리고 희망만 생각하라고 펑펑 내려 주신다.

  400만에 가까운 관객들이 진심어린‘참 사랑’으로 인정한 영화, 보는 내내 웃음과 공감의 눈물을 흘리게 하고, 보고나서는 가족들과 주변에 관람을 권하는 영화. 

  이 영화를 보시며 한바탕 웃음과 눈물을 쏟아내며 묵은해를 정리하고, 2015년은 사람을 더 사랑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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