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 이화여대 졸업. 시인, 수필가, 대구 거주- 2017.12 《영남문학》 시 등단, 2018.2《한국수필》 수필등단 수상경력 - 2017.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공모전 장려상,   2018. 국제 지구사랑 작품공모전 시 입상,   2018.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 입상,  2018. 진도 시사랑 공모전 입상,   2019. 국제가이아 문학공모전 수필대상,   2019. 달구벌 수필문예대전 입상  2019. 독도문예대전 수필 특선  2019. 자원 및 환경에너지공모전 수필 입선  2019. 달서주부수필공모전 입상  2019. 복숭아문학상공모전 수필 최우수상  2019. 대구일보 경북문화체험 수필공모전 입선  2019  문열공 매운당 이조년선생 추모백일장 시조차상,   2019. 만해‘님의 침묵 백일장’시조 장려상  2019. 제1회 예천내성천 공모전 시 입상  2019. 제12회 전국시조공모전 입상- 대구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한국문인협회회원
김   미   경
이화여대 졸업. 시인, 수필가, 대구 거주
2017.12 《영남문학》 시 등단
2018.2《한국수필》 수필등단
2017.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공모전 장려상
2018. 국제 지구사랑 작품공모전 시 입상
2018.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 입상
2018. 진도 시사랑 공모전 입상
2019. 국제가이아 문학공모전 수필대상
2019. 달구벌 수필문예대전 입상
2019. 독도문예대전 수필 특선
2019. 자원 및 환경에너지공모전 수필 입선
2019. 달서주부수필공모전 입상
2019. 복숭아문학상공모전 수필 최우수상
2019. 대구일보 경북문화체험 수필공모전 입선
2019 문열공 매운당 이조년선생 추모백일장 시조차상
2019. 만해‘님의 침묵 백일장’시조 장려상
2019. 제1회 예천내성천 공모전 시 입상
2019. 제12회 전국시조공모전 입상
대구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한국문인협회회원

  무릉도원이다. 새파란 계곡물이 소나기 소리로 퍼붓는다. 물소리에 홀린 듯 발을 담그고 내려서니 무언가가 둥둥 떠내려 온다. 손을 내밀자 발그스레한 복숭아 한 알이 덥석 안긴다. 붉은 치마를 양팔 벌려 떠내려 오는 복숭아를 주워 담다 잠에서 깬다.
  친정 엄마가 나를 가졌을 적 꾸었다는 태몽이다. 그래서일까 복숭아가 무척이나 좋다. 토실토실 물 오른 놈은 마치 여인네 엉덩짝처럼 요염하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온 몸에 퍼지는 상큼한 향은 천상선녀들의 살내음이 그러하지 않을까. 그 속에 숨은 분홍 속살은 우는 아이 젖먹이는 젊은 아낙네의 포동포동 젖가슴 같다. 그래서 무릉도원 신선들이 하늘 복숭아를 꼭꼭 숨겨둔 건 또 아닐까. 여름날이면 아침 늦게 일어나 제일 먼저 키스하는 분홍빛 사랑이다. 
  예로부터 복숭아는 건강과 불로장생의 대명사다. 중국에서는 복숭아가 불로불사의 과일이라 하여 선과라고 불렀다. 손오공도 복숭아를 먹고 불로불사의 몸이 되었다하지 않았나. 중국 설화에는 동방삭이 서왕모의 선도(仙桃)를 훔쳐 먹고 삼천갑자를 살고 죽었다고도 한다. 복숭아 중에도 으뜸인 황도가 눈에 뜨이면 그 달콤한 맛을 훔쳐내느라 두 손이 바쁘다. 그만큼 귀한 맛이라 그랬을까. 옥황상제만이 맛볼 수 있는 하늘 과일이라 했다.
  어릴 적 엄마가 시장갈 때면 따라나서길 좋아했다. 쫄랑쫄랑 따라다니다 과일가게 앞을 지나면 시위하듯 멈추어 섰다. 그러면 장바구니엔 늘 과일이 담겨졌다. 여름엔 특히 복숭아를 좋아했다. 집으로 오는 동안 씻지도 않은 복숭아를 덥석 베어 물고는 입가가 벌겋도록 긁은 적도 많았다. 여름에는 복숭아를 밥 먹듯이 했다. 별명도 복숭아 귀신이었으니. 그래서 장바구니엔 여름내 복숭아 단내가 베여있었다. 지금도 변함없이 여름에는 아침식사 대용으로 즐겨먹는다.
  복숭아 중에도 백도나 황도처럼 말캉한 게 더 좋다. 흠이라면 무른 복숭아는 상처가 많다. 당도가 높은 것일수록 벌레 또한 좋아한다. 그 여린 속이 마치 나 자신을 닮았다. 평소 상처를 많이 받는 편이다. 사소한 일들도 나의 예민한 촉각이 예사롭게 스쳐지나지를 못한다. 사실 차라리 모르는 게 맘 편할 때가 더 많았다. 벌레 먹은 복숭아도 모르고 먹는 게 약이라 하듯이.
  불그스레하니 마치 벌레 먹은 복숭아 속 같다. 내시경으로 본 엄마의 대장이다. 대장암이란다. 본인에게는 병명을 아직 말도 하지 못했다. 용종이 조금 커졌을 뿐, 큰 병원에서 잘라내기만 하면 된다며 거짓부렁을 했다. 멀쩡하던 사람도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고들 하지 않는가. 여든이 겨우 넘은 연세다. 백세 시대에 아직 팔팔해야할 나이다. 그런데 속이 다 썩어 문드러졌다.
  저 벌레 먹은 속이 되기까지 내가 거들은 몫이 적잖을 것 같다. 맏딸이다. 그만큼 나에게 거는 기대 또한 컸었다. 하지만 여린 내가 그 기대를 감당해낼 만한 그릇이 못되었다. 결혼 후에도 가슴 깊은 상처를 또 남겨드리고 말았다. 나도 나이지만 친정 부모님들이 더 못 견디게 아파하셨다. 그런 상처들이 대장을 슬금슬금 파먹는 벌레가 되었지 않았을까.
  병원에서는 계속 검사가 진행 중이다. 아직 치료방향도 못 잡은 상황이다. 일부 검사를 마친 후 부모님을 모시고 바람을 쐬러 가던 길에 농산물 공판장을 들렀다. 엄마는 복숭아 네 박스를 주저 없이 사셨다. 자식들 한 박스씩, 그리고 친정아버지 드실 거 한 박스. 당신은 알레르기가 있어 복숭아를 만지지도 못하면서.
  복숭아가 튼실하다. 아침에 제일 굵은 놈으로 골랐다. 아그작 베어 문다. 달아야할 복숭아가 오늘은 쓰다. 불그스레했던 엄마의 내시경 사진이 클로즈업되어 떠오른다. 제발 큰 전이가 없이 완쾌되어야할 텐데.
  첫 아이 임신초기에 복숭아가 갑자기 먹고 싶었더랬다. 한겨울이었다. 그것도 한 밤중이었다. 남편이 옷을 주섬주섬 입더니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돌아온 남편의 손에는 복숭아 통조림이 봉지에 가득 담겨 있었다.
  그 후 우리 집에는 복숭아 통조림이 떨어지질 않는다. 냉장고에 두어 개씩은 꼭 사다둔다. 중년에 들어서니 친인척이나 지인들의 장례식에 갈 일도 더러 생기는 요즘이다. 하나의 미신일 수도 있지만, 귀신이 복숭아 냄새를 싫어한다고 했다. 그래서 상가(喪家)에 가기 전과 다녀와서는 꼭 복숭아 통조림을 뜯어 먹곤 한다. 친정에도 이참에 복숭아 통조림을 한 박스 사다놓아야겠다. 저승사자가 근처에 오더라도 얼씬도 못하고 돌아가도록.
  치마폭에 감싸 안았던 복숭아 한 알이 자식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당신은 벌레 먹은 복숭아 같은 속으로 여태껏 버텨오셨다. 나 살기 힘들다고 제대로 챙겨드리지도 못했는데 효도할 시간이 바쁘다. 엄마가 사다준 복숭아를 먹으면서 내년도 또 그 다음 해에도 엄마가 사다준 복숭아를 먹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매년 원도 없는 금단의 사랑을 오랫동안 나눌 수 있게 되기를.

기자명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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