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  천  익

  문화 예술은 인간의 행복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까? 라는 질문은 오랫동안 우리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비교적 가까운 시대에도 문화와 경제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상극의 관계로 이해되었다. 즉, 문화와 경제는 상극의 관계로 받아들여졌다. 그 이유는 문화는 인간정서의 산물인 반면, 경제는 인간의 합리성과 논리에 비탕을 둔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경제학의 창시자 존 러스킨(John Ruskin,1819~1900)은 문화의 향수능력이 경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그는 문화경제학이라는 학문을 창시했다.

  그는 금전적 평가기준으로 인간이나 산업을 평가하는 것을 비판했다. 왜냐하면 당시의 경제학은 인간의 비즈니스 행위는 물론, 생산과 생활 등이 모두 돈 벌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고, 금전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산업이나 기업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같은 평가기준이야 말로 인간의 생명, 자연미, 역사적인 문화재의 가치와 인간의 품위를 빼앗아가는 최대의 원인이 된다고 보았다. 이 같은 러스킨의 주장은 당시의 상식에 대한 도전이며 가치관을 뒤엎는 충격이었다.

  그는 금전을 최고로 생각하는 경제학에서, 인간의“생명과 삶”을 최고로 생각하는 경제학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는 글을 <콘힐 매거진>이라는 잡지에 썼는데, 독자들의 저항이 물밀 듯 하여 게재를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오늘날은 생명과 생활이 너무도 당연하게 중요시 되고 있다. 그러나 당시는‘경제=금전적가치’라는 사고가 지배적이었으므로, 문화나 예술 가치를 경제적 영역으로 끌어올리려는 러스킨의 생각은‘돈벌이’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추어졌다. 러스킨은 상업적인 비즈니스나 이윤추구 자체를 비판했다기보다는 문화 예술이나 인간성을 존중하는 비즈니스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러스킨은 부(富)의 원천을 재화의 내재적인 성질로 보았고, 그것을 그는 고유가치(intrinsic value)라고 했는데 이는 그 재화가 인간의 생활과 생명에 얼마만큼의 공헌을 하느냐를 두고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학이 교환가치나 희소성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과는 다른 것이다. 이 고유가치론에 의하면 문화 예술성이 없고, 인간의 생명과 생활에 기여하지 못하는 재화들은 무가치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고유 가치와 향수능력이 동반될 때 부(富)는 기치를 갖는 것으로 보았다. 그는“한필의 말이라도 탈 수 없거나, 한 폭의 그림이라도 감상할 수가 없다면 부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생이 없으면 부가 존재하지 않는다(There is no wealth but life.)”라는 표현으로 부의 생명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문화 예술이란 무엇인가? 인간정신이 만들어내는 창조적 산물이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문화 예술품을 보고 인간은 경탄하며 행복감을 느낀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오래전부터 얘기해왔다. 왜 문화의 세기인가? 문화적인 측면이 삶의 질을 결정하고 인간의 행복수준을 가늠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문화적인 향수능력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며, 또한 글로 발 경쟁력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의 발전과 경제성장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이라고 볼 때, 그것의 실현은 문화적인 이해와 발전에 의하여 가능해진다고 볼 수 있다. 문화 예술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문화는 말할 것도 없이 인문학적 인지능력과 예술적인 향수능력을 모두 포함하는 사람이 사람다워지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문학단체, 연극 오락 단체, 교향악단, 오페라, 무용 그리고 미술관 등은 모두 광범위한 문화적 목적을 수행하는 기구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문화적인 기구와 조직을 통해서 인간적 소양을 향상 시켜간다. 인간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眞·善·美의 가치와 종교가 추구하는 聖스러움의 가치도 문화적인 소양의 함양을 통해서 성숙한다. 문화가 저급한 수준에 머물렀던 원시적인 삶에서는 인간가치 또한 저급한 수준에 머물렀다고 볼 수 있다.

  행복을 경제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자하는 행복경제학은 경제적인 여건들이 인간의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경제성장, 실업,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경제발전 등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자 한다. 문화경제학의 출현과 마찬가지로 행복을 측정가능하다고 보는 행복경제학은 그 전제를 과거 신고전학파경제학의 분석틀인 서수적 효용이론(theory of ordinal utility)으로 간접적인 행복측정을 시도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이론체계)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그것은 인간행동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행동경제학이다. 경제학은 사실상 인간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부를 위해서, 만족을 위해서, 이윤을 얻기 위해서, 고용을 위해서, 성장을 위해서, 그리고 행복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인간이 어떤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지 연구하고 그 가치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학문이다. 과거의 과학적 실증주의와 논리적 심미주의에 빠진 현대경제학자들의 논리적 조작주의를 탈피하고 인간의 실체적인 삶에서 보다 현실적으로 경제의 문제를 보려는 학문이 바로 행복경제학이다.‘행복의 연구가 21세기 경제학의 지평을 바꾼다’라는 케치 플레이즈를 내걸고 있는 행복경제학자들은 행복을 인간행동의 일환으로 보고 행복을 얻기 위한 인간행동을 분석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인간이 행복을 의식하는 데는 문화적인 요소가 상당히 작용한다. 인간은 의식주를 해결하게 되면 여가를 생각하게 되고, 그 여가를 보다 만족스럽게 보내기 위하여 문화적인 욕구를 채우고자 한다. 흔히들 행복은 돈으로 사지도 측정하지도 못한다고 말하지만, 그러나 그 행복은 풍요하고 바람직한 경제생활과 문화적 욕구의 충족을 통해서 실현가능하다. 현대인들의 행복은 결코 경제와 문화에서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개인의 행복은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의 실현에 의해서 실현된다. 일찍이 사회학자 김경동 교수(“한국경제성장의 사회적이해”,KDI-제도경제학회 세미나 논문, 2010)는 행복한 개인을 위한 조건으로 목적가치를‘자아의 실현’에 두고 이를 위한 하위가치로 자아의 완상(자아실현), 수단적 가치로 삶의 질적 향상과 삶의 기회확대를 들었다. 인간은 머리는 하늘을 향하고 발은 땅을 딛고 사는 존재하고 했다. 머리는 이상과 이성의 대명사이고, 발은 현실과 실존을 상징한다.

  행복은 풍요한 문화예술과 경제적인 성과가 공동으로 만들어내는 가치이다. 세계의 유명한 도시들이 다양한 전략으로 문화예술에 투자해서 지역민들에게 질 높은 삶을 제공한 예는 적지 않다. 프랑스 파리는 퐁피두 대통령(1911~1974)과 미테랑 대통령(1916~1996) 시기에 문화 대프로젝트를 통하여 바스티유감옥 부지에 오페라극장을 세워 음악애호가들을 들였고, 루블 박물과 앞에 세계적인 건축가 아 엠 페이(I. M. Pei)가 세운 유리 피라미드를 세워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를 만들었다. 영국은 1981년 템즈 강 주변에 공해문제로 방치되었던 발전소를 외형은 그대로 둔 채로 내부를 현대미술관으로 바꾸어 한해 400만 명 이상이 찾는 관광명소로 만들었다. 또한 세계적인 문화관광 도시로 탈바꿈한 스페인의 빌바오 시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립하여 구겐하임 효과라는 신화를 만들었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의 수도인 빌바오(Bilbao) 시는 인구 35만의 소도시였다. 1997년 철광 이외에는 먹거리가 없던 빌바오 시는 미국 구겐하임 미술재단에 부탁하여 1억 달러를 주고 미술관을 짓게 했다. 건축비와 전시미술품을 총합해도 1억 3천 유로 남짓한 돈을 들여 개관 첫해 관람인구가 136만명, 처음 2년간 관람객이 뿌린 돈이  4억 3,300만 유로였는데 이중 2,340만 유로가 미술관에 쓴 돈이다.

  국가와 개인의 삶이 윤택해질수록 문화와 예술은 부와 행복의 결정에 중요한 팩트가 된다. 행복을 위한 문화기술에는 문화의 비물질적이고 무형적측면에서의 소프트웨어적인 기술과 문화의 물질적이고 유형적 하드웨어적 기술 두 가지가 있는데 이 두 가지는 모두가 행복실현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본다. 경제행복도지수를 소비, 소득, 분배, 그리고 경제안정 등의 요소로 평가 한다면 대체로 경제행복도 지수는 경제성장률지수와 유사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지수비교 결과는 경제와 행복이 비례하는 것으로 착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요즘 새롭게 학문적 영역의 독자성을 인정받고 있는 행복경제학은 문화산업과 환경을 고려한 지속성장을 모색하고 있어 향후 인문학, 사회과학, 공학, 심리학 등과 통섭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자명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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