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천익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박  천  익

  코로나 위기로 인해 재난지원금을 5차례나 받게 되었다. 일반 국민들도 서민이라면 작년과 올해 걸쳐 평균 세 번 정도는 재난지원금을 받았다. 지금까지 일찍이 역사에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이다. 1997년 11월에 발생한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당시 외환위기 때는 경험적인 데이터로 네 집중 한 집이 망했다. 4형제의 집안이라면 그중에 한 형제는 망하는 꼴이었다. IMF의 강력한 구조조정 요구에 의해 공공, 기업, 금융, 노동의 4개 부문에 뼈를 깎는 구조 조정이 이루어졌고,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1999년 2월에 실업자 수가 근 200만명을 육박해 10%대에 이르기까지 했다. 그래도 정부가 그때는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줄 생각을 못 했다. 빈곤인구가 전체인구의 4%에 머물던 나라가 8∼20%(빈곤통계 및 기준차이에 따른 빈곤규모의 차이)로 급증함으로써 빈곤문제는 한국사회의 새로운 국가적 과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지금 코로나19의 충격은 그때보다도 더하다고 한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서민 경제 상황은 참으로 어렵다. 식당, 목욕시설, 여가 및 위락산업은 거의 폐업의 위기에 이르렀다. 비교적 OECD 가입국 39개 가운데서도 그런대로 우리나라가 코로나 위기를 가장 잘 대처하고 있다고 하지만, 취약계층과 코로나 쇼크에 충격이 큰 자영업자들은 참으로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 범국민적으로도 이동이 제한되고, 만남이 제약되는 가운데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질환이 주는 구속지수는 참으로 크다. 무언가 자꾸만 움츠려들고, 일상의 만남이 위축되고 귀찮아진다. 만남이 자유롭지 못하니 어디든지 마음대로 갈 수가 없고 외톨이 행동을 일상으로 여기며 살아야 한다. 모임이 없으니 대중음식점과 관광 여행사, 스포츠, 목욕탕, 영화관, 놀이시설 등 일상생활과 관련이 있는 전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지구촌 전체가 한꺼번에 겪는 위기이고 보니, 그 고통의 총량적인 크기가 그 이전의 개별국가들이 겪었던 고난시기 보다 훨씬 그 충격이 크고 넓으며 또한 깊다.

  그러다 보니 세계 각국들은 저마다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어 국가적 위기를 돌파하고자 한다. 마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내 로라 하는 선진국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을 위한 재난극복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정부가 주는 재난지원금정책을 두고는 정파간, 국민간 논란이 뜨겁다. 국민들은 시각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주장을 펼치며, 정당들은 자신들의 정치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이를 태면 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느냐에서 부터, 자영업자, 저소득자를 중심으로 집중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과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줘도 된다는 주장까지 실로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정부는 88%까지 주자고 한 5차 재난지원금을 경기도는 100%까지 주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그러나 재정적자가 높으니 아예 일반국민들에게는 재난지원금을 줄 필요도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가지 주장들이 과연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는 좀 더 세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재난지원금의 재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부터 따져보자. 재난지원금의 재원은 말할 것도 없이 국민이 내는 세금이다. 세금은 누가 낸 것인가? 국내의 모든 기업과 근로 현장에 종사하는 소득창출자인 기업과 개인이 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금은 돈을 많이 버는 고소득층이 많이 내고, 적게 버는 저소득자는 적게 낸다. 소득이 낮아 한계소득권에 있는 근로자는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세금은 절대적으로 결국 부자 기업과 부자 개인이 내는 돈이다. 우리나라 조세구성을 보면 대기업들과 고소득자, 고재산가들이 내는 세금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성실하게 일하고 합리적으로 살아서 부자가 되었고, 그 결과로 나라에 세금을 많이 내는 애국자이며, 국민경제의 혁혁한 공로자들이다. 

  그들은 세금을 많이 낸 댓가로 국가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으며 살고 있는가? 사실상 국가로부터 특별한 혜택을 받는 것은 없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고액납세자에 대한 여러 가지 혜택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혜택이 없다. 우리는 아직도 부자를 쓸데없이 미워하고 헐뜯으려는 성향이 있다. 물론 나라가 어려울 때 저소득자나 충격이 큰 자영업자들을 국가가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주장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전대미문의 대 환란이 왔을 때, 고난을 함께 이기기 위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가를 위해 수많은 경제적 기여를 한 부자를 포함해서 모든 국민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드리는 차원에서 주는 재난 지원금은 국민의 사기를 올리고 유효수요를 창출하여 소득증가와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가 있다.

  일찍이 대공황기에 구원의 경제학자 John Maynard Keynes는 경기회복을 위한 유효수요의 증가를 주장하면서 국제회의의 위해 숙박하던 호텔에서 새 타월을 몇 장이나 쓰고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경제가 여려운 시기에는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은 돈을 써야 한다. 그래야 어려운 자영업자들도 회생할 수가 있다. 그리고 재난지원금은 결국 부자들이 낸 세금으로 나라가 국민들에게 베푸는 시혜인 셈이다. 그 돈은 위축된 경기를 살려 경제의 활기를 찾는 역할을 한다. 경기를 회복시키고 경제를 살려 국민소득을 높이고, 고용을 증가시켜 경기도 부양시킬 수가 있다. 그래서 재난지원금은 두 가지 형태로 지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의 사기를 돋우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보편적 재난지원금과 특정계층을 위한 차별적 재난지원금이 그것이다. 재난지원금 정책에 대하여 지나치게 경제적 약자지원이라는 제한적 목적 한 가지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또한 재난지원금으로 재정적자가 커지는 것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염려할 필요도 없다. 국가재정은 가정 살림과는 다르다. 재난지원금을 주어 경제를 회복시켜 차년도의 국민소득을 올려 세금을 더 많이 거두고, 부채를 줄이면 될 일이다. 국가는 나라의 사정에 따라 어려운 시기에 국민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고, 후일 경제 사정이 좋아지면 부자들에게 세금을 좀 더 거두어 보충하면 된다. 우리나라 부동산가격 급상승으로 가계부채는 높지만, 우리나라의 재정상황은 세계의 다른 나라에 비하면 크게 나쁘지 않다. GDP대비 50% 선이다. 일본의 220%, 미국의 180%에 비하면 아직은 좋은 편이다. 물론 적자가 없는 건전재정이 좋을 테지만, 그렇다고 항상 건전재정이 가장 좋은 선택은 아님을 경제학은 이미 오래 전에 밝혀왔다.

  단순한 도덕적 인식과 과도한 정파적 정쟁이 보편적 재난지원금에 대하여 지나친 비판과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책운용자들이 재난지원금에 대하여 합리적인 설명을 않고, 무작정 실시하는 과정에서 많은 오해와 불신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5차 재난지원금의 용처를 밝히고 있는 언론 기사를 보면, 이번 추석연휴에 재난지원금이 국민의 행복지수를 올리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난다. 경제는 생물이다. 경제는 생명체처럼 순환해야 살아가는 생물인 것이다.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 재난지원금으로 적절히 순환되는 사회는 행복경제를 창조하다고 생각한다.

기자명 대구대학교 명예교수_박천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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