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20년 전 시골 마을에 흔히 있던 이야기다.

  동네에서 서로 다툼이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아름아름 모여 중재하고 해결한다.

  그러나 화해가 잘 되지 않는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마을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촌장님 앞에 나아간다.

  다툼 자체가‘사이좋게 지내라’는 촌장님의 말씀을 어긴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촌장님은 다툼의 당사자들을 꾸짖고 타이르고 이해시켜 결론을 내려주신다.

  이것으로 끝이다. 촌장님의 결론에 누구하나 반론하지 않고 누구하나 불만도 없이 마을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10년전 <웰컴 투 동막골>이란 영화가 나왔다.
  동막골 사람들에게 촌장이란 법이고 지표다.
  동막골에 표류되었던 북한군인이 촌장께 묻는다.
 “그러니까... 그 뭐이냐... 큰소리 한번 치지 않고... 부락민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그 영도력의 비결이 뭡네까..?”
  촌장님은 한마디로 정리 하신다.
 “뭐를 마이 멕여야지 뭐...”

  마을 사람들이 촌장의 말을 법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촌장의 모든 판단에 잡스러움이 끼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촌장의 친인척이 관련되어도 공평무사한 판단을 내린다. 역설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따를 수밖에 없는 판단을 내려주신다는 말이 맞다.

  또한 마을사람들이 편히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빠질 수 없다. 뭘 많이 먹여야겠다는 상징적인 말이 그것을 대변하고 있다.

  마을이 어려울 때 제일 먼저 나서는 사람도 촌장님이다.
  영화에서도 촌장님은 마을사람을 대변하다 결국 죽게 된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동네 경산에 어른이 없다.

  나이 많으신 분들은 계시지만, 젊은이들이 믿고 따를 분이 극히 드물다.
  경산의 현제 나이 드신 분들의 판단은 거의 자기 자신의 이익과 관계된다.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자신의 유불리를 판단의 중심에 둔다.
  시민들이 마음으로 존경할 수 없는 이유다.
  심지어 후배들에게도 정의나 진실 보다는 처세를 가르칠 정도이다.

  얼마 전 최병국 전 경산시장이 출소했다.

  본인이 죄를 인정하든 억울하다 항변하든 형은 확정 되었고, 4년이란 긴 시간을 옥살이 했다. 출소하는 날 평소 알고 지낸 인연으로 마중을 갔다 왔다.

  가고자하는 분들이 여러분이 되어 버스를 대절해 두었다고 하여 출발지인 보건소 앞에 갔다가 상상하기 어려운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출소 마중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마중 가지 말 것을 요구>하는 연락이 여러 곳에서 왔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시청의 간부들로 부터도 그러한 뜻을 전하는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전화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가?
  같이 동행했던 선배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비록 살인죄를 짓고 징역 살다 출소해도 이런 짓을 하면 안된다. 지인들이 마중 가서 고생을 위로하고 새출발을 격려하는 자리가 무슨 큰 죄를 짓는 자리인가?”

  나는 다시 한 번 어른 없는 경산의 슬픈 현실을 본다.
  누가 시켰는지 자발적으로 전화 했는지는 알 수 없고 중요하지도 않다.

  단, 이런 일이 있을 때 지역의 어른들이“그러면 안된다”며 꾸지람을 하고 바른 길을 인도하지 못한다는 것이 슬픈 것이다.

  경산 사람으로서 선배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선배님들 제발 어른 역할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경산이 좀 따뜻한 동네가 되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시청 직원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제발 영혼을 지켜 업무가 아닌 정치적인 문제에 부화뇌동하지 마시고 시민만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부탁을 드렸으니 한 가지 알려 드릴께요!

  제가 알기로는 최 전 시장은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 같으니 너무 견제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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