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자유기고가)
  미국건축가협회의 상까지 받은 우리나라 최고의 건축가 승효상 선생은 좋은 집의 조건을 놀랍게도 <불편한 구조>에서 찾는다.

  즉, 가장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아파트 같은 집 구조는 가족 누가 들어왔는지 나갔는지도 모르고, 옆집에 누가 죽어도 모르는 비인간적인 집으로 나쁜 건축물이라 한다.

  조금 불편하지만 가족이 집에 돌아오면 마당으로 걸어 나가 가족을 맞이하며 문을 열어주는 불편한 건물이 <사람 사는 건물>이라는 것이다.

  그런 것 같다. 집은 사람이 사는 건축물이기에 당연히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고, 가족끼리 서로 접촉할 수 있는 건축물이 되어야 하겠다.
승효상 선생이 주장하는 이런 건물이 한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먼 옛날부터 불과 10여 년 전까지 우리나라에는 애기를 업기 위한 육아 필수품인 ‘포대기’가 있었다. 애기가 있는 집에는 여름용과 겨울용 한두 개씩은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던 ‘포대기’가 점점 사라지고 거리에는 ‘포대기’로 애기를 업고 다니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포대기’가 사라진 자리에 요람과 세련된 모양의 유모차가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포대기’ 사용이 줄어들어 거의 없지만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포대기가 큰 인기를 얻어 유행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름도 우리말 그대로 <podaegi>이다. 영국에만 포대기를 소개하는 모임이 2007년 1개이던 것이 2014년 128개로 늘었다. 뉴욕에서는 유아용품점 곳곳에서 ‘한국의 포대기 사용 강좌’를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세계 각국의 엄마들이 포대기를 착용하고 있는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고, 포대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UCC 동영상이 수천 건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패션 감각이 가장 뛰어나고 세계 선진 문화를 이끈다는 뉴요커, 파리지앵들이 포대기의 인간미에 반해서 ‘포대기’로 애기를 업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들은 포대기를 ‘우수한 한국스타일’로 주목하며 직접 사용하고 있다.

  영국, 미국을 비롯한 세계인들은 ‘포대기’로 업거나 안을 때 아기와 신체적 접촉이 최대화 되는 것에 스스로 감동하고 있다.

  자신과 아이의 피부가 접촉되며, 온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놀라운 발견이나 한 듯 포대기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촌스럽고 투박하고 부끄럽다며 멀리하는 포대기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우리나라 밖에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탐핸더클린 소아과 전문의는 “포대기로 아기를 업는 것은 아기가 어머니의 행동을 배우고, 대인관계를 배우는 교육의 장이 된다”는 놀라운 말을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포대기’에 쌓여 업힌 아기는 태아 때의 환경에 가장 가까운 환경에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등을 통해 엄마의 심장소리도 들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포대기에 반한 세계의 어머니들은 애기를 업거나 안는 한국식 육아법이 아기와 부모를 사랑으로 이어주는 놀라운 것이라며 ‘애착육아’라는 이름까지 지었다.

  특히 미국과 영국, 유럽의 중산층과 고학력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포대기 육아법, 이른바 애착육아는 포대기를 통해 아기와 엄마가 보다 오래, 보다 가까이서 호흡한다는 것이다. 이런 육아를 받고 자란 아이가 긍정적이고, 사회적이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포대기’ 육아는 엄마의 두 손이 자유로워 다른 일을 하기가 쉽고, 안전하기도하여 엄마 등에 업힌 아기는 이보다 더 안전할 수가 없다.

  간혹 자주 업어서 아기의 다리가 휘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는데, 박수성 소아정형외과 전문의는 “업는 것이 아기의 다리를 휘게 한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다는 것이 의학적 진실이다.”고 한다.

  우리 조상과 선배들의 의식주 문화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체로 공통적인 이유는 인간을 중심에 두기 위함이다. ‘포대기’도 그러하다.

  그런데 엄마와 아기를 이어주는 끈 포대기를 버리고 유모차를 선호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선 편리함의 주체가 애기보다는 엄마, 아빠로 가는 것이 요람이고 유모차다. 엄마 등에 업힌 애기의 편안함보다는 부모의 편리함이 우선 감안 된다는 것이다.

  잘못된 촌스러움의 기준도 작용 한다. 처녀 같은 세련된 옷을 입고 유모차를 밀면 강남스타일이고, 애기를 포대기로 업고 다니면 촌스러워 보인다는 잘못된 기준이 그것이다.
얼마 뒤 뉴요커, 파리지앵들의 행동을 동경하며 이유 없이 따라하는 강남이 앞장서고, 강남스타일을 따라 다시 전국이 따라하는 포대기 열풍이 분다면 얼마나 부끄러울까?

  우리‘포대기’의 가치조차 우리 스스로 알지 못한다는 ‘사고의 후진성’에 대한 비웃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상들에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오늘 식구들이 들어오면 벌떡 일어나서 문까지 나가보자!
  그래서 구조적으로 편리한 집인 아파트도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 사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위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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