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자유기고가)
  경남 거창에 있는 샛별초등학교에서 즐거운 가을운동회가 열리고 있었다.
  운동장 가운데는 청백군의 경기가 재미있게 진행되고 있었고, 트랙에는 학년별로 달리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때 달리기 출발선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소아마비 장애우는 반 친구들과 같이 달리기를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선생님은 손을 꼭 잡고 달리겠다는 아이를 설득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설득에 실패하고 장애우는 당당히 출발선에 섰다.

  출발을 알리는 깃발이 오르자 저마다 힘차게 달렸고, 불과 20여초 후 1, 2, 3 등 순위가 갈렸다. 그러나 소아마비 장애우는 나머지 친구들이 모두 결승선을 통과한 시점에도 아직 결승선까지 반도 달리지 못 했다. 그러나 얼굴 가득 환하게 웃음 띤 장애우는 땀까지 흘려가며 불편한 다리로 열심히 달렸다.
  운동장의 모든 시선은 장애우의 마지막 결승선 통과에 쏠렸고, 한참만에 장애우는 밝은 모습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운동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큰 박수 보냈다.

  운동회가 끝나고 교무실에서는 선생님들의 회의가 열였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학생이 1등인가?
  끝까지 열심히 달려 결국은 결승선을 통과한 장애우가 1등인가?
  선생님들의 회의 결과로 그 후 샛별초등학교에서는 모든 부분에서 1등 상이 없어지고 대신 봉사상, 성실상, 노력상 등이 생겼다.(1980년대 초 경남 거창군 샛별초등학교 가을운동회에서 일어난 실화이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극복하며 평등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다.
신체적 차이, 경제적 차이, 문화적 차이, 학력과 경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극복해 나가며 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더불어 사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더불어 산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고 특권을 누리는 많은 일들이 생겨 가슴이 아프다.
  장애와 비장애의 단순한 차이를 마치 당사자의 잘못인 듯 차별하며 멸시하는 많은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부모들의 부와 경제적 지위를 이용하여 불법, 편법적으로 많은 부를 이루고도 부끄러워 하기는 커녕 오히려 국민들에게 갑질하는 재벌 2, 3세의 수많은 일탈이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올바른 법집행으로 나라의 중심을 잡아야 할 법관을 양성하는 로스쿨마저 불법, 편법 입학으로 시끄러우니 나라 일이 여간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일이 생기는 근본에는 1등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1등과 꼴지가 다 같이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1등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이 자신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또한 반듯이 1등해야 차별 받지 않고 사회의 주류로 살아간다는 왜곡된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며 산다는 것만 알고 더불어 산다는 것의 가치를 모르는 교육을 받은 결과인 것이다.

  오늘 샛별초등학교 이야기는 ‘더불어 산다’는 것의 가치를 가르쳐주고 있고, 학생들을 바르게 가르치려는 참 스승의 모습을 보여주어 더욱 감동이다.
  나를 포함하여 이 글을 읽는 독자 모두가 진심으로 <1등상> 보다 <성실상>이 더 값지다는 생각이 자리 잡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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