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이르는 길

집으로 가는 걸음 각기 다른 무게
가만히 알아 주어야
저녁이 탈 없이 잘 올 것 같네
잘 가야지 어쩌니 라고 보잘 것 없는 말로
무거운 어깨 토닥거려주기라도 해야
무심코 뱉은 말들이
그의 길에 놓인 가시가 아니 될 것 같네
파리한 이파리같이 눈에 밟히는 뒷모습
그래도 그 길을 다 걸어
황폐한 집을 견디어 줄 것 같네
집 나간 엄마와 술주정뱅이 아빠 매질까지 보태진 집으로
대책 없이 집이라고 가는 아이들이
그림의 떡 같은 즐거운 나의 집을 부르는
음악시간 아득한 높은음자리 서러운 음표 몇 다리 건너
때때로 고운 새와 노을로 오는 저녁
미안하게 아름답기도 하네
형벌 같이 먹어지지 않는 나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무럭무럭 하도록
민아 석아 현아 희야 지야 수야······
그 이름이라도 낮게 낮게 한번 불러주어야
차가운 강가 돌다리를 두드리며
잘 저문 저녁이 죄스럽게 임할 것 같네

 

추영희 시인
경산출생
영남대졸업,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졸업
2007교원문학상 당선
2010한국기독공보 기독신춘문예 당선
2012시흥문학상 대상 당선
2013낙동강세계평화문학상 수상
하양여중 교사, 경산꽃예술인회 회장

경산시 경청로 221길 12 월드메르디앙 108동 3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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