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선 마지막 협궤열차1
- 장산 -
아직 잠에서 덜 깬 소래포구의 연한 살내음
아낙들 일상을 실어
소달구지처럼 덜커덩거리며 달리던 협궤열차
이제 그 지친 몸을 쉬려 한다
마음은 청춘인데
마음은 청춘인데
회한의 정을 이른 새벽부터 곱씹는
오십 초반의 사내같이
이제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
사람이 좋아
사람을 안고
사람이 되고프던 날들
이제는 사람에게서 얻을 것이 없음을
온몸으로 깨치고
그의 더운 품에
더 이상 사람을 품지 않는다
좁으나 더운 그의 품
챙겨 가질 것 하나 없이
온 것은 모두 돌려 주고 떠나는
그의 텅 빈 가슴
이제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
1995년 12월 25일 열차 안에서
*1937년 개통 되어 1995년 12월 31일 폐선 된 수인선(수원~인천) 협궤열차. 이제 더 이상은 탈 수 없다는 아쉬움에 필자는 지인들과 함께 1995년 12월 25일 경북 경산에서 인천으로 올라와서 수인선 열차에 승차해서 두편의 시를 썼음. 그 후 20년의 세월이 지나 2016년 2월 27일 다시 수인선이 운행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두 편의 시가 수인선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마치 기록사진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인천 송도역과 소래포구역에 기증했음. 시와 글씨는 박도일 작가가 쓰고, 그림은 김재성 화가가 그렸음.(화선지 전지)
한국캘리그라피손글씨협회 이사장.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역임.
시집 : 『산수유 피고 지고』『그대가 그리울 때 나는 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