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12-09 16:50 (목)
볼로냐의 멈춰 선 시계
볼로냐의 멈춰 선 시계
  • 이진구
  • 승인 2016.09.27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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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자유기고가)
  1994년 10월 21일 한강 성수대교 상부 트러스가 무너져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친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나는 이 사고로 <무너져 내린 상판을 그대로 보전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강이라는 특성상 보존이 쉽지 않겠지만 많은 시민들과 전공 학생들, 그리고 전문가들이 이 현장을 보면서 안전한 건설에 대한 지표로 삼기를 바랐다.
  부실에 대한 부끄러움은 잠시지만 이를 보면서 항시 반성하자는 뜻이었다.
  그래서 다시는 부실공사로 인해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이탈리아 볼로냐시는 인구 40여만 명의 문화도시이자 교통 중심 도시이다.
  특히 중세 유럽의 전통 건축양식인 붉은 벽돌집 마을을 온전히 보전하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이 볼로냐시의 중앙역 벽면 대형 시계는 10시 25분에 멈추어있다.
  1980년 8월 2일 10시 25분 볼로냐시 중앙역에서 20kg 가량의 TNT가 폭발하여 시민 85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 부상당했다.
  우익의 백색테러인지 좌익 무장단체의 소행인지 끝내 밝혀지지 못한 이 끔찍한 테러를 기억하자는 뜻에서 10시 25분에 시계가 멈추어 서 있다.
  그래서 볼로냐의 멈춰 선 시계는 시계이기도 하지만 역사이고 교육현장이다.

  유대인 600만 명과 장애인, 동성애자, 소수민족을 포함하여 무려 1000만 명을 학살한 홀로코스트, 독일은 그들이 자행한 이 잔인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숨기지 않았다.
  빌리 프란트 전 독일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독일의 지도자들은 희생된 영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한다.
  더하여 학살에 사용된 수용소와 가스실, 시체 소각장 등은 그대로 보존되어 반성과 교육의 장으로 사용한다.

  역사는 자랑스러운 일, 부끄러운 일, 감추고 싶은 일, 알리고 싶은 일들이 혼재된 사건의 연속이다. 어떠한 사건, 사고도 역사적 가치가 있다.
  그러나 흔히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일들은 숨기거나 왜곡하고 자랑스러운 일들만 역사의 전면에 내세우려 한다.
  이런 일들이 국가 차원에서 행해지면 이를 역사왜곡이라 한다.
  일본은 종군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난징대학살,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등 자신들에게 불리하고 부끄러운 사실들은 전부 왜곡하고 있다.
  심지어 역사 교과서에서조차 이를 숨기거나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교육을 받은 일본 학생들은 10년, 20년 뒤 독도는 일본 땅이고 동아시아 전쟁 시 타 국민을 학살한 행위와 타국을 침략한 행위를 부정하거나 정당화하게 된다. 그래서 다시 다른 나라를 침략해도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볼로냐의 멈춰 선 시계, 독일의 보존된 학살 현장은 빨리 잊고 싶은 역사적인 사건을 오늘 기억하여 이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들이다. 특정 국가나 집단의 이익에 따라 역사를 감추고자 하는 사람들과 명백히 규명하여 재발을 방지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논쟁이나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정치가 정의로워야 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을 국민의 대표로 뽑아야 하는 이유를 오늘 볼로냐의 멈춰 선 시계에서 배운다.

 

(http://ks2008lee.blog.me에서 지금까지의 글 전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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