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은 지역민들의 애환이 현장중심으로 남아 전승되는 삶의 스토리!”


▲ 용이 승천하면서 솟아올랐다는 바위군
  본고는 경산지역에 전승되는 대표적인 전설의 현장을 중심으로 그 전설의 전승구조와 변이양상을 찾아보고 여기서 나타난 경산전설만의 독창성을 고구하고자 한다.
  전설(傳說)은 구비문학(口碑文學) 장르에 설화문학(說話文學)에 포함된 학문으로, 이를 세분하면 신화(神話), 전설(傳說) 민담(民譚)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중 전설은 설명하는 대상에 따라 자연물(육지·하해), 인공물(유적·유물), 인물과 동물(인물·인간행위·동물) 등으로 대분되어지고, 여기에서 자연물의 육지는 지역지명, 산, 고개, 바위, 굴, 동식물, 하해(河海)는 샘, 우물, 못, 강 등으로 구분되어지고, 인공물의 유적부분에는 성터ㆍ집ㆍ정자와 누각ㆍ다리ㆍ비석ㆍ둑 등, 유물은 복식ㆍ음식ㆍ가구ㆍ 가면ㆍ신앙물 등으로 구분된다. 또한 인공물과 동물에서 인물은 장자ㆍ고승ㆍ충신ㆍ무장ㆍ효자ㆍ효부ㆍ열녀 등으로, 인간행위는, 과거ㆍ풍수ㆍ힘내기ㆍ인신공희 등으로, 동물은, 용ㆍ호랑이ㆍ개ㆍ뱀 등으로 세분되어 진다. 그러니 전설의 범주는 복잡다단하기만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설화 속에 전설과 신화는 민담의 성격과는 달리 반드시 그 전승 현장이 반드시 남아 있다는 점과 전승자의 태도에 따라 신화는 신성성을 인정하는 한편 전설은 진실성이 강조되고, 반면에 민담은 신성성이나 진실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시간과 장소에서도 신화는 태초의 신성한 장소를, 전설은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명시하는 반면 민담은 뚜렷한 시간과 장소가 없고, 증거물 또한 신화는 매우 포괄적이나 전설은 특정의 개별적인 증거물이 있으나, 민담은 증거물이 없거나 아주 포괄적인 증거물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건의 주인공 또한 신화는 신 중심인 반면, 전설은 인간중심이라는 점, 하지만 민담은 일상적인 인간이나 인간적인 행동을 하는 동물과 기타 존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다. 
  이를테면 신화나 전설은 실존의 존재와 지역성을 강조하나 민담은 포괄적이고 광포적인 의미를 부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혼돈될 수 있는 전설과 민담의 구분에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기도 하는 학문이다.
  경산전설의 경우, 전설의 전승현장에는 각편의 전설이 생성되기까지 설명하는 여러 형태의 현장 증거물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먼저 동물계 전설 중 “구룡산과 아홉용”현장에 생성당시 용이 승천하였다는 늪이 산 정상에 남아있다는 점, “용산의 무지개 샘” 현장에 남아있는 성내 우물터, “맹구대 이무기” 현장에 남아있는 맹구대와 음각한 암벽 시, 인물계 전설에서 “전영동과 영동당”현장의 전영동 사당과 영등풍속, “효자 신휴·효부 창원 황씨”전설의 현장에 세워진 전각. 인간행위계 전설의 경우“망덕 지당과 화산”에서 화산의 형국을 한 앞산을 마을 숲을 조성하여 가려 놓았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육지계의 “용산과 아낙네”에서 거대한 용산의 형국을, “도천산과 장군바위”에서 자인단오와 장군의 신앙, “비오재와 망부의 한” 현장에서 비오재를, “목 없는 거북바위” 현장에서 깨어진 거북바위와 환성사 창건기, “세나벌바위와 김부자”세나벌들판을, 하해계 전설에서 “마위지와 부적 아낙네”는 마위지와 부적리가, “회곡지 지킴이”현장에는 회곡지 여수로가, 유적계 전설의 “두루기 연무장”의 현장에는 김유신 장군의 연무훈련장(사적 제218호)이, “산성 쌓은 아기장사”의 현장에는 용산산성과 무너진 석축, “갓바위 불상과 기우제”현장에는 깨어진 판석의 비밀이, “성전암 16나한”의 현장에 크고 작은 바위군, “성암산 범굴” 전설의 현장에 남아 있는 범굴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본고는 먼저 경산시 동극 구룡산 일대에 전승되는 구룡(九龍)의 전설 중 “용암(龍岩)”의 현장 전설 구조를 소개하고자 한다.
  본문에 등장하는 설화적 용어와 분석기법은 전설의 생성과 구조, 전승양상 등에 대한 진정성을 보다 소상히 하기 위함에 있다.

▲ 용이 승천하려다 들이박았다는 바위굴
  ① 구룡산과 용암(龍岩)

  (화자의 구연)
  신라 때 동해용이 이른 새벽에 이암(耳岩) 계곡을 뚫고 몰래 머리를 계곡위로 내밀고 승천(昇天)하던 중 문득 계곡물에 피빨래하는 여인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 그만 중심을 잃고 계곡 앞산 큰 바위에 머리를 들이박고 죽었다.(용성면 송림리 김청길, 2006)

  (전승구조)
  전설의 현장은 넓이 5~6m의 개천 바닥에 불쑥 솟아 오른 여러 개의 바위군들과 그 아래 깊은 소는 마치 동해 용궁과 연결된 듯하다.
  바위군들의 남쪽 20여 미터 전방에는 큰 돌산이 불쑥 들어간 자연석굴이다. 이는 풍수지리의 형국상 앞의 바위군과 전방의 자연석굴은 서로간의 음양(陰陽)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화자(話者)는 앞에 불쑥 솟아오른 바위군과 그 옆에 움푹 파인 석굴이 남녀를 상징한다 하였고, 언제부터인가 이 일대가 지역무속인의 칠성기도 도량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전설의 현장에 나타난 형상에서 상징적으로 음양의 결합이 무산된 광포전설의 전승양상과 유사형태로, 화자가 구연(口演)한 용(龍)과 빨래하는 처녀, 남녀가 만났던 시각, 왜 남성은 여인이 씻어내는 빨래 물을 보고 죽을 수밖에 없었나 하는 여러 가능성에서 화자(話者)와 청자(聽者)의 사상과 요인이 서로 일치한 사례로, 여기에 증시자료로 지역무속인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설화적 논리의 종속화소가 남녀의 결합과 자녀 생산이란 변이양상을 따른 대표적 사례이다.

  (주요화소)
  (가) 인물 → 동해(신라?)의 용(남성), 빨래하는 처녀(여인)
  (나) 언제 → 이른 새벽(시기 불분명)
  (다) 장소 → 구룡산 아래 이암(耳岩) 계곡
  (라) 행위 → (용)승천, (처녀) 빨래
  (마) 사건 → (라)의 행위 좌절
  (바) 결과 → 목표 좌절, 현장 칠성신앙지 부각

  위의 사건화소에서 분명 용은 이른 새벽 승천 중 개울에 빨래하는 처녀를 목격하였다는 점과 종속된 피 빨래 광경에 놀라 갑자기 개울 옆에 바위벽에 들이박아 죽었다는 화소의 진행은 이로써 남녀 간의 결합이 불가능함을 시사한 종속화소로, 피 빨래하는 여인을 삽화(揷話)는 웅성체(雄性體)의 목표가 상실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죽었다’는 화소로 변이시킨 전승양상은 사건의 전개부에서 흔히 나타나는 사례이다.
  본 전설 또한 증시부에서 지역 무속인들의 등장과, 현자를 얻기 위한 칠성기도처가 남아 있다는 점은 설화문학에 생명력을 부가한 변이양상의 한 사례라 볼 수 있다.

  이는 구룡산 전설에서 등장하는 구룡산 용녀가 10명의 자식을 낳았다는 화소에서 종속된 어미 뜻을 거슬러 외할아버지인 동해용왕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화소(話素)를 삽화함으로 나타난 한 유사사례로, 구룡산 전설에서 용녀(龍女)가 10명의 자식을 낳았다는 점은 본래부터 화자가 용의 최고 숫자가 9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10이라는 숫자로 구연하였음에 하나를 빼야하는 급박한 상황을 동해의 용왕이 어미의 뜻을 따르지 않는 자식 하나를 없애게 되었다는 것으로 화소를 삽화하여 마무리하면서 어미의 뜻을 따르지 않고 이른 새벽에 몰래 승천하려다 바위에 머리를 들이박고 죽었다는 화소적 변이를 용암전설이란 새로운 장르 속에 삽화하였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경산시 용성면 일대는 용과 관련된 설화와 지명이 수 십 개소에 달하고 보면, 이후 용성지역에 전승되는 용관련 전설의 변이양상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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