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자유기고가)
이진구(자유기고가)

  추수감사제의 조선 이름 사직제
  조선시대 왕들도 전쟁이나 국난 등을 당하면 힘들고 어려울 때가 많아 마음이 약해지곤 했는데 이럴 때마다 신하들은 말한다.
 “전하 종묘와 사직을 생각하시오소서!”
  종묘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왕가의 사당임을 익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사직이란 무엇인가?
  사직이란 조선 경제의 기본인 농사가 잘 되게 기도하고 또 잘 된 것에 감사드리며, 백성 모두가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기독교 추수감사제의 일종이다.
  땅신에게 제사 지내는 사단을 동쪽에 두었고, 서쪽에는 곡식신에게 제사 지내는 직단을 배치하여 사직단을 만들었다.
  신하들이 왕에게 ‘종묘와 사직을 보존하시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왕실의 전통을 지키고 백성들의 삶을 돌보시라!’는 말로 왕은 단순히 왕 한 몸이 아니라는 뜻이다.
  서울에서는 왕이 중심이 되고 전국의 군, 현에서는 현령이 중심이 되어 이 사직단에서 사직제를 지냈는데, 고맙게도 우리 경산에도 전국적으로도 그리 많지 않은 사직단 중 하나가 있어 풍년을 기원하고 경산시민의 강녕을 비는 사직제를 지내왔다.
  그러나 일제는 조선의 뿌리를 없애려고 관과 백성이 하나 되는 사직제를 파괴하기 위해 왕실의 사직단이 있던 신성한 곳을 놀이터로 만들어 버렸다.
  지금도 사직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사직단에서 행해지는 사직제를 종교가 아닌 조선의 왕과 백성이 하나 되는 나라의 근본 행사로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일제의 이런 탄압에도 사직제는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600년 이상 된 고마운 경산의 사직제
  경산 사직단은 태종 6년(1406년) 6월 노변동에 설치된 것으로 사료되고, 이 사직단에서 경산시민의 안녕과 농사와 경제가 두루 잘 운영되기를 바라는 사직제를 600년 이상 지내왔었다.
  그러나 고산 노변동이 대구시로 편입되어 경산시에서는 부득불 1985년부터 경북체육고등학교에 사직단을 가설하여 사직제를 지냈는데 27회에 이른다.
  문제는 2015년부터는 이마저 중단되어 경산의 중요한 전통이 그 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주원인은 특정 종교와 종교인이 사직제를 불순한 이단 종교의 귀신을 섬기는 무속적 종교행사라며 이를 관장하고 후원하는 향교와 시청에 영향력을 행사한데 기인한다.
  우리 지역에 시민을 위한 이런 전통문화가 남아 있다는 것에 고마워해야 함에도 오히려 이를 사이비 종교행사로 몰아 수백 년 이어온 전통을 막는 것은 사직제의 의미를 모르는 무지에서 연유한 심각한 일이다.
  또한 경산시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사직제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분명한 의지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구시로 넘어간 노변동의 사직단을 시와 구청이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복원, 정비한 것과는 너무도 대비되는 행정이다.

  가톨릭은 왜 제사를 허락하는가?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천주교회는 1939년 교황 비오12세가 한국의 제례를 인정했다.
  교황은 왜 제사를 인정한 것인가?
  질문에 대한 한국 가톨릭 교단의 입장이다.
 “죽은 이와 조상을 신이나 우상으로 생각하는 한국 사람은 없다. 제사의 근본정신은 선조에 대한 효의 실천이고 가족 공동체의 화목과 유대를 위한 전통문화이다. 이에 따라 한국 주교회의는 교황의 명을 받아 가톨릭 신자들의 제례를 허용한다.”
  더하여 신자는 차례를 올리기 전에 이웃에 어려운 사람이 없는지를 살펴 먼저 이들에게 자선을 행하고 제례를 올려라라고 권하고 있다.
  사직단은 교황이 인정한 제례의 범위를 넘지 않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사직제를 지낸다고 ‘신이 있어 경산시에 사고가 나지 않게 하고 경제가 발전한다’라고 믿는 사람들은 없다. 그러나 향교의 어른들을 중심으로 경산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경산시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자리를 가진다는 것이 마음가짐을 그렇게 하겠다는 결의일 수도 있고, 이를 공동으로 맹세하는 자리일 수도 있어 권장해야 하는 행사이다.

  어른 한 분을 모시는 것은 마을에 도서관 하나를 두는 것이다.
  향교는 조선시대 교육기관이다.
  현의 어른들이 모여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역 최고의 교육기관이다. 고을의 스승이기도 한 향교의 어른들이 사직제를 지내신다.
  신영복 선생은 저서 <강의>에서
 “마을에 어른 한 분이 계신다는 것은 마을에 큰 도서관 하나를 가진 것과 같다.”
  라고 했다. 경산의 큰 어른인 경산, 자인, 하양 향교 전교와 향교와 관계된 어른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경산을 걱정하고 경산의 발전을 기원하는 숭고하기까지 한 사직제를 올리는데 경산시청은 정성을 다해 도와야 하고, 사직제에 대한 잘못된 관점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용기를 가지고 바르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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