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주(경력) - 안동출생 - 경북대학교 졸업 - 대구문인협회 회원 - 대구수필가협회 회원 - 영남예술인협회 이사 - 수필미학문학회 회원 - (주)영신에프엔에스 이사(경산 남천면 소재) (수상) - 영남문학 문학상 등 8회 (저서) - 머물렀던 순간들, 눈길 머문곳 - 두 번째 피는 꽃

배혜주
(경력) - 안동출생
- 경북대학교 졸업
- 대구문인협회 회원
- 대구수필가협회 회원
- 영남예술인협회 이사
- 수필미학문학회 회원
- (주)영신에프엔에스 이사(경산 남천면 소재)
(수상) - 영남문학 문학상 등 8회
(저서) - 머물렀던 순간들, 눈길 머문곳
- 두 번째 피는 꽃

  내일 없는 천국

  나는 잘 웃지 못한다. 그래서 배우고 싶다. 가식 없는 잔잔한 미소를. 얼굴로 웃는 웃음은 금방 배울 수 있지만, 가슴으로 웃는 웃음은 쉽게 배워지지 않는다. 이것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고 가슴에서 우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웃음이 어쩌면 최상의 웃음이고 참 웃음이다. 흥얼대는 듯한 웃음소리가 그득하다. 즐거움은 덩달아 넘친다. 어제와 내일도 없고 오직 오늘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행복은 이곳저곳에 솜사탕처럼 피어난다.

  거룩한 성소 같은 곳에 도착했다. “안녕하심니까?” 저쪽에서도 “안녕하십니까?” 보는 사람은 그냥 지나침이 없다. 그들의 얼굴은 천국에만 사는 사람들의 표정이다. 볼 때마다 입은 반쯤 귀에 걸려있고 하는 일에도 신명이 나 있다. 어떤이는 “누구를 만나러 왔습니까?”하며 방문객에 정답게 다가와 용무를 묻는다. 내가 미소를 보내면, 자기가 먼저 “원장님 만너러 왔어요?”라고 독백처럼 내뱉고 자랑스럽게 원장실로 쫓아간다. 그리고 문을 두르리며 “원장님 손님 왔어요”라고 한다. 그 모습은 전장에서 이기고 돌아온 개선장군 같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고 스스로 만족해한다.

  경산 시내에서 자인 방향으로 가다가 한의대 입구를 조금 지나면 좌측에 성락원이란 작은 간판이 보인다. 친구가 퇴직하고 원장으로 있어 한 번씩 들리는 곳이다. 장애인 복지 작업장인 거기에는 실제 나이와는 상관없는 지능지수가 4~6세 정도의 장애를 가진 사람이 일을 한다. 간혹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사람들은 이곳을 불우시설이라고도 부른다. 하는 일은 단순 작업이 대부분이다. 면장갑을 짜는 경우가 제일 많고, 그 밖에는 가정에서 주부나 노인들이 소일 삼아서 하는 간단한 작업을 한다. 한 개를 조립하면 5원, 10월짜리도 있다. 경제가 우선시되는 곳이 아닌 장애인의 고용이 목적인 곳이다.

  그곳에는 오로지 즐거움만 그득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불평하지 않는다.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도 없다. 화장실 청소를 맡은 사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고무신을 신고 호스를 이용해 물청소를 한다. 원장실 청소 당번은 하루에 두 번씩 청소하는데 손님이 있어도 시간이 되면 어김이 없다. 원장이 그만두라고 해도 안 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어떤 경우에도 해야 하고 그리고 최선을 다한다. 그들에게 목표가 있다면 열심히 즐겁게 하는 것이다. 각자 주어진 일에 요령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느 회사의 작업장과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확연히 다르다. 하는 일마다 웃음이 따르는 것은 이곳만이 가지는 특징이다.

  희망이란 말은 어쩌면 지금이 아닌 내일이란 시간을 담보로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는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다. 오롯이 지금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렇지만 희망은 곳곳에 그득하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그렇고 행동이 그렇다. 아침에 눈뜨면 이곳으로 빨리 오고 싶어 한다. 어떻게든 시간만 때우려 하거나 주어진 임무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행복은 그릇이 크고 많이 배우고 가진 것이 풍요로운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을 성락원에서 깨닫는다. 나는 오늘 귀한 행복을 배우고 천국 같은 성락원을 돌아선다. 바람결에 물결이 일듯이 내 뒤를 그들의 미소가 그림자처럼 따른다. 내일이 없어도 천국의 꽃은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이곳 성락원에는.

기자명 배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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