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진량공단 내에 선배가 운영하는 재미있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특정한 생산품이 없이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추어 기계나 제품을 만들어 주는 업체이다. 녹즙기, 재고 운반 관리 자동화 기계, 온수장판 등 많은 우수한 제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업체에서 가장 많은 주문을 받는 것은‘자동화 설비’제작이다.

  이 역시 특정된 규격 없이 발주자인 오너가“현재 20명이 일하고 있는데 10명이 일하도록 자동화해 주세요!”라는 요구가 발주의 전부다. 그러면 기술력 등이 좋은 선배는 현장의 시스템을 관찰한 뒤 신기하게도 몇 달 내로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무섭게도 계획에 따라 10명의 직원은 대부분 해고된다.

  이세돌 1승에 인간들 환호

  이세돌과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의 대결은 현존 최고의 프로기사인 인간과 인공지능(AI)의 대결이라는 면에서 바둑을 알고 모르고를 떠나 엄청난 관심을 불러 모아 명실상부하게‘세기의 대결’이 되었다. 전체 예정된 5판의 경기 중 13일까지 진행된 4판은‘인류를 대표하는 이세돌’기사가 1승 3패로 열세다. 1, 2, 3국 패배 후 세계는 충격을 넘어 경악했다. 더러는 인공지능 로봇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인간의 게임 중 가장 복잡하고 창의력과 직관을 요구하는 종목에서 로봇이 인간을 이겼다는 사실은 역사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오히려 대단한 이세돌이라는 결론이 나오고,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패자 이세돌 프로의 팬들이 엄청 늘어났다는 것이다. 알파고는 한. 중. 일 역대 최강자들뿐만 아니라 1000년간의 바둑 기보를 모두 데이터화했다. 더하여 인간이 평생 두는 경기 수의 수백 수 천 배에 이르는 수많은 겨루기를 통해 경우의 수를 확보하고 초고속 연산을 통해서 가장 적절한 수를 두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집단지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한수 한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알파고에게 비록 패했으나 크게 밀리지 않고 시합한다는 것이 놀랍다는 것이다. 이세돌의 1승에 사람들이 환호하는 이유이다.

  알파고의 가장 큰 승리 비결, 무감정

  이런 빅데이터를 가진 알파고의 엄청난 저장능력이나 필요에 따른 출력 능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알파고가 결코 감정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프로 기사들은 대국 중 한수 한 수마다 나타나는 상대 선수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캐치하여 때로는 나서고 때로는 물러남을 반복하며 승부를 이어간다. 또한 이 감정의 변화에 따라 실수도 하게 되고 역전이라는 인간다움도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무감정 알파고는 표정이 없다. 당연히 승패나 다음 수에 대한 망설임과 걱정도 없다. 그냥 입력된 방식으로 바둑을 두는 것이다. 따라서 실수가 있을 수 없다. 단지 실수로 보이는 것의 실제는 기계 고장이나 데이터베이스 입력에 문제가 있었을 뿐이다.

  알파고는 체력 또한 대단해서 전원이 꺼지지 않는 이상 지칠 줄 모른다.

  이런 무감정의 기계 앞에 자의식이 풍부한 인간이 기계처럼 감정의 변화 없이 냉정하게 겨루기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자계산기와 암산의 대결 같은 느낌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자본가의 선택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와 노동자는 필연적으로 대립하는 구조이다. 많은 노동시간과 많은 생산에 적은 임금을 희망하는 자본가와, 적은 노동시간에 많은 임금을 원하는 노동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 변해온 것이 자본주의의 역사이다. 따라서 생산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임금, 복지 등 노동자에게 지출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중국으로 베트남으로 개성공단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기도 한다. 이제 그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을 가진 알파고 같은 기계가 있기 때문이다.

  알파고 같은 로봇에게는 사 측이 가장 어려워하는 노동자의 사람대접(?)이 필요 없어진다. 파업도 없고 노사 협의도 필요 없다. 근로자 복지도 필요 없고 인금인상은 걱정 대상이 아니다. 자의식이나 창조성이 없이 오로지 입력한 작업을 군말 없이 통제에 따라 전원이 끊어질 때까지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AI 로봇의 업무수행능력은 평범한 직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알파고가 감정이 없어 두렵다는 시민들의 걱정은 기업주에겐 오히려 반가운 일이 된 것이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

  알파고에게 패한 이세돌은 물론, 인공지능 딥블루에게 패한 체스 세계 최강자 러시아의 카스퍼로프까지도 인간 사이에서는‘신’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경지에 오른 챔피언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인공지능 로봇에게 졌다. 얼마 후면 이 분야의 최고수 <알파고>와 <팁블루>가 대량생산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생산에 적용된다면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생산 현장이나 기업에서 밀려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알파고를 보는 대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점이다.

  실제로 세계 지성들의 토론장인 1월 다보스포럼(WEF)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향후 5년간 15개국에서 약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보편적이고 보다 넓은 의미의 복지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편적 복지의 근본은 인간 존엄성의 업그레이드이다. 다소 퇴화하고 뒤처지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지속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나은 사람들도 미래에 대비하는 <사회 전체 인간 존엄성의 업그레이드>이다. 이미 진량공단의 회사에서는 인간을 대신하는 기계를 제작 중이고, 구글에서는 인간 대신 생각하는 기계를 개발 중이다. 여기에 대비해 세상의 중심 인간은 스스로의 존엄을 위해서라도 서둘러 보편적인 복지를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인공지능에 대해 두려운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구글 등 로봇 관계자들은 "똑똑한 하인이 등장했다고 생각하라!"며 안심하라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은 그것이 가장 두려운 말이다. 벌써 한국의 중소도시 경산 진량에서도 노동자를 대신하는 로봇이 양산되고 있는 현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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