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자유기고가)
  세계 193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한 최고 권위의 세계기구 유엔의 수장인 사무총장으로 ‘반기문 확정’이란 뉴스를 보면서, 같은 민족 같은 나라 국민이라는 사실만으로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최근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고, 현 여당과도 친분이 있어 여야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개인적으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께서 퇴임 후 우리나라의 큰 어른이 되어 국가 원로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해주시기를 기대했다.
국민의 일정한 지지를 바탕으로 잘못된 국정운영에 대해선 여야를 망라해서 따끔하게 꾸짖고 조언하며 나라의 중심 추를 세워주시길 바란 것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거의 드물게 원로가 없는 나라에서 탈피했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퇴임 후 대선 출마를 표명해 버렸다.

  국제적 감각과 여야를 아우를 수 있는 국가 원로를 또 한 분 잃어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어차피 결심하신 일, 다만 출마에 대하여 감히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유엔 사무총장직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
  대선 출마를 강력하게 시사한 이후의 모든 행보는 대선 행보로 인식된다. 따라서 지금도 긍정적이지 않는 세계 언론 등에 끝까지 직무 수행 충실히 수행하는 사무총장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 언론만 철저하게 반기문 총장을 옹호하였지 외국 언론은 악평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실패한 총장이자 최악의 총장’이라고 혹평했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어디에도 없는 남자’ ‘힘없는 관측자’라고 한다. 뉴스위크지 일본어판에는 ‘국제연합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최악의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런 악평들이 줄어들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 수 있도록 남은 7개월여 기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들의 자랑이었던 유엔 사무총장이 배출국가라는 것이 오히려 부끄러움으로 남으면 안 되고, 자신의 대선 행보에도 도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당당해야 한다.
  반기문 총장은 모호한 화법 때문에 불리는 별명이 ‘반반’과 ‘기름 바른 장어’다.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도 반반이고, 여당인지 야당인지 반반이고, 친박 지원에 대해서도 반반이라고 한다.

  본인 스스로 “외교관은 기름 바른 장어”라고 하여 별명 붙여진 ‘기름 바른 장어’는 탁월한 처세술로 위기를 임시 모면한다는 뜻이다. 이제 대선후보라는 빠져나갈 수 없는 선택을 한 만큼 ‘반반’이 아니라 ‘당당’해야 한다.

  셋째, 친박과의 관계를 설명해야 한다.
  이미 작년 가을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반반정권을 제안한 적이 있다.‘대통령 반기문 - 책임총리 친박’이 그것이다. 이후 끊임없이 친박의 반기문 추대가 회자되었고 결국은 소문이 하나씩 현실화되고 있다. 따라서 반기문 총장은 출마 선언과 더불어 명확하게 친박과의 관계를 밝혀야 한다. 이것은 권력 구조라는 국가운영의 근원적인 문제와 관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넷째, 유엔 권고안 11(1)호를 명확하게 설득, 정리해야 한다.
  유엔 사무총장은 많은(유엔 회원국) 정부와 기밀을 공유하기 때문에, 사무총장이 보유한 이런 기밀 정보가 많은 정부를 당혹스럽게 할 수 있는 상황(his confidential information might be a source of embarrassment to other Members)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유엔은 창설 직후인 1946년 1월 24일 제1차 총회에서 “유엔 회원국은 사무총장의 퇴임 직후(immediately on retirement) 어떠한 정부 직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무총장 자신도 그러한 (정부) 직책을 수락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should refrain from accepting)”는 권고를 담은 ‘결의 11(1)호’를 채택했다.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한 분이 50년 이상 유지되어온 유엔의 권고안을 강제 규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합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비난받게 된다.

  세계인들이 늘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퇴임 4~5년 이전에 공직을 맡은 전임 유엔 사무총장은 아무도 없다.

  여전히 유엔 사무총장 배출을 자랑스러워하고, 반기문 개인을 존경하는 많은 국민들에게 영원한 대한민국의 원로로 남기를 희망하며, 혹 어려운 대권의 길을 선택하더라도 국민의 이런 마음에 부합되게 당당하고 솔직하게 임하여 실망을 주지 않는 대권 후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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