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가
이 진 구
  그들은 알기 어려운 일들

  베르사유 궁전에서 살며 아름다운 외모로 작은 요정이라 불렸던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는 오스트리아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이며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왕비이다.
앙투아네트는 1789년 프랑스혁명이 시작되면서 굶주린 백성들이 성으로 몰려와 먹을 빵이 없다며 “빵을 달라!”고 하자 “빵이 없으면 케이크나 고기를 먹으라”고 했다고 한다.
발언의 사실 유무와 관계없이 그녀의 출신과 호화생활은 이 말이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2008년) 후보 간 토론 생중계에서 공성진 의원이 “정몽준 의원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 안 한다는데 서민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 기본요금이 얼마인지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정몽준 의원은 “굉장히 어려운 질문을 했는데 요즘은 카드로 계산하지 않습니까? 한번 탈 때 한 70원 하나?”라고 답했다. 이에 공 의원은 “1000원입니다. 1000원”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올해 휴가 중 울산을 찾았다.
  울산의 한 시장을 방문하여 소라과자를 가리키며 “이거는 뭐라고 그래요?”라고 묻는다.
“이게 소라껍데기 같은게..”라고하자 가게 주인이 “소라과자입니다”라고 한다.
고춧가루를 보고는 “고추로 만든 가루, 이거 굉장히 귀하네요”라고 했다.

  이해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

  오스트리아의 공주로 자라서 프랑스의 왕비로 살아온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앙투아네트에게 식량이 없다는 것은 자신의 이해 밖의 일이다.
그래서 빵이 없다면 케이크나 고기를 먹으면 된다고 한다.
정몽준 전 의원이 버스를 타본 일이 있을까?
혹시 타봤다면 단체 행사 정도 아닐까? 그는 “버스요금”과 관련된 것들과 접근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대학 졸업생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을 훼손시킨다는 이유로 반값 등록금을 반대하는 분에게 버스 요금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니 어쩌면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장군의 딸에서 대통령의 딸로 다시 영부인 역으로 살아온 분이다.
여러 이유에서 소라과자를 접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김치도 담구어 보지 않아 고춧가루가 귀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어쩌면 이들의 이런 말과 행위는 이들의 성장과정이나 이후의 삶을 비추어 보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한편으로 이해되는 이들의 개인사와 그와 관련된 일화들이 다른 한편으로 이해할 수 없고 무섭기까지 한 이유는, 이러한 사고들이 나라를 움직이는 <국가정책>의 기본 틀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자들(자들의 범주에 연봉 5억 이상 정도이다)과 부자 기업들에게 세금을 감면해주거나 최소한 증세는 막으면서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담배세로만 연간 3조가량을 뽑아가는 정책과 부자와 소득이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이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하고 힘든 서민은 도와 주려는 정책이 있다.
두 정책의 기저에는 <서민실정>모르고 ‘빵 없으면 대신 고기나 케이크를 먹으라’는 생각이 스며들어 있어 소라과자를 모르는 대통령이 다소 원망스러운 것이다.

  우당 선생이 그립다.

  문중의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종가와 종손의 지위를 버리고, 데리고 있던 하인과 종들의 신분을 모두 지워주고 오직 가족들과 따르겠다는 식솔들만 데리고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향하던 우당 이회영 선생은 압록강을 건너며 뱃사공에게 말한다.
“우리 일행들의 배삭이 얼마요!”
“다 합해서 10원입니다”
“여기 있소 100원입니다.”
“...”
배삭의 10배를 지불한 이회영 선생은 뱃사공의 손을 꼭 잡고 애원한다.
“앞으로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가려는 우리 동포들이 많이 올 것이요! 그들이 배삭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를 때 저를 보아서 꼭 건너게 해 주시오. 부탁드리오.”

  우리는 자신의 신분을 넘어 다른 이들의 심증을 헤아리는 사람들에게 감동한다.
그러지 않아도 자신에게 문제없는 지위나 위치에 있지만 기필코 바른길을 찾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믿고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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