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자유기고가)
  아들의 동료 병사가 찾아와 어머니에게 말한다.
 “당신 아드님이 악성 종기로 괴로워할 때 대장군께서 종기에 입을 대고 고름을 빨아 주었습니다. 훌륭한 장군을 모시고 아드님은 잘 계십니다.”
  이 말을 듣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통곡했다.
 “대장군께서 아드님 종기의 치료를 위해 그토록 자상하게 수고를 하셨는데 왜 우는 거요?”라고 의아해하자
 “그 장군이 그 애아버지의 종기도 그렇게 빨아준 적이 있었죠. 그 애아버지는 감격하여 장군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 싸우다 전사했습니다. 그 애도 그렇게 싸우다 죽게 될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슬픈 것입니다.”라고 했다.
  연저지인(?疽之仁)이라는 고사로 <사기 손자오기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오자병법으로 유명한 위나라 장군 오기는 근저에 강한 출세욕이 있었으나, 병사를 중히 여기고 뛰어난 병법을 써 대부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김제동 씨는 유명 MC 이자 개그맨이다.
  김 씨가 갑자기 올해 국정감사의 최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며칠간 실시간 검색순위 1위를 차지했다.
  김 씨가 몇 년 전 토크쇼를 진행하던 중“군사령관의 사모님에게 ‘아주머니’라고 불렀다가 영창에 13일간 수감됐다.”는 에피소드를 전하는 내용을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이 ‘군 간부 문화를 희롱하고 조롱한 것으로 군에 대한 신뢰를 굉장히 실추시키는 <허위 주장>이다.’며 김 씨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요구서 채택’을 요청하면서 생긴 일이다.

  지방 기초의회에서나 있을법한 이 사건을 두고 실소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 발언이 진짜 군 간부들의 사기에 문제가 된다면, 진위를 국방부에서 알아봐도 될 것이고 백승주 의원이 국회의원 자격으로 진위를 파악해도 될 일이다. 그래서 김 씨의 발언이 사실이면 오해를 풀고, 거짓이면 강하게 경고하면 될 것이다.

  북핵과 사드배치 문제, 방산비리 등 산재한 수많은 국방문제를 따지기도 시간이 부족하고 여당의 국감 거부로 그 시간마저 줄어들었는데, 이런 문제로 국정을 다루는 국회에서 군 간부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발상이 우습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국감 증인 채택이 무산되어 국제적 망신은 면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미 김 씨는 “우리 부대에서는 군기 교육대를 영창이라 하기도 한다”며 자신의 정확하지 않은 단어 사용을 성남시와 화성시 강연에서 두 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종편과 보수 언론들은 단어 사용을 문제 삼으며 연일 김 씨를 성토하고 있다.
종편과 보수 언론이 어떤 다른 목적을 가지고 김 씨를 성토하더라도 이것만은 다시 한번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MC 겸 개그맨이 <군기교육대와 영창>을 혼돈하여 말한 것(김 씨가 의도적으로 속였다고 생각해도 좋다)이 더 큰 문제인가, 아니면 방위병이 퇴근도 못하고 간부들의 회식자리에 불려나가 사회를 보다가 간부 부인을 <아주머니>라고 불렀다고 군기 교육대라도 갔다 왔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인가?
  이미 군 복무를 마친 사람들, 특히 80년대 군 복무를 했던 사람들은 군 간부 사모님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경험으로 알고 있는데, 방송 본 사람 몇 안되는 일을 괜히 들쑤셔 오히려 김 씨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래서 군의 사기가 더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까지 생긴다.

  군의 목적은 외침으로부터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첨단 군사무기들과 이를 다루는 숙련된 기술을 지닌 병사들도 중요하지만 군 지휘부들의 자질과 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유는 그들이 전쟁의 일선에 싸우는 병사들을 지휘하기 때문이다.
  우리 군 간부들에게 위나라 오기 장군이 입으로 병사의 고름을 빨아 치료해주는 자세까지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방위병으로 근무했던 병사가 <영창과 군기 교육대>를 착오했다고 꼬투리 잡아 나라 국방의 대사를 점검하는 국정감사 자리에까지 <군 간부 희롱> 운운하며 증인 출석 요구하는 치졸함 정도는 벗어나야 기본 자질은 갖추었다 할 것이고 군의 사기도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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