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자유기고가)
  경산에는 언론이 없다.
  진량공단 A사 인사과장 최 씨는 입사한 지 6개월 된 고졸 인턴 여직원 B 씨를 회식에 참석시킨 뒤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최 씨는 인턴 B 씨에게 정직원 채용을 미끼로 “말을 듣지 않으면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라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준유사강간치상 혐의가 적용되어 대구지방법원 제12형사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최 씨는 이 지역 친박 실세 국회의원의 조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건으로 최 씨가 구속된 것은 이미 3개월 전인 8월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지역 언론이라고 자부하는 경산신문, 경산자치신문 등 경산 소재 신문은 물론, 경북지역 대표 신문이라고 선전하는 매일신문, 영남일보 등 10여 개 이상의 신문 어디에도 기사화되지 않았다.
  11월 28일 뒤늦게 중앙지가 먼저 알고 CBS 노컷뉴스를 시작으로 SBS, 연합뉴스TV, 스포츠경향, 국민일보, MBN, 뉴시스, 네이버뉴스, 국제신문, 헤럴드경제 등 많은 중앙지에서 기사화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앙지에 기사가 난 뒤에도 지역신문들은 우리 지역의 중요한 뉴스임에도 전혀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겁내거나 무능하거나 다른 무엇이 있거나
  경산시청 총무과에는 20명이 넘는 경산시 주재 기자들의 명단이 있다. 주간으로 발간되는 경산지역 신문의 출입 기자 명단도 있다.
  정보력이나 분석력, 필진 등 모든 것이 지방지보다 우위에 있는 중앙 일간지가 즐비한데 구태여 왜 지방에 이같이 많은 신문이 있어야 하나?
  지방신문 관련자들은 지방 일간지와 주간지의 필요성에 대해서 언론의 보편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한 발 더 나아가 첫째, 지방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둘째, 중앙지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지역 내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전하는 강점이 있다고 한다.
  즉, 어떤 사건이든 있는 사실 그대로를 시민에게 전해 주고 웬만한 억압도 견디어 내는 용기를 가지는 것은 언론의 기본이며, 더하여 중앙지가 미치지 못하는 지방권력 감시와 지역 내 소식을 빠르게 전하는 것이 지방신문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지역 언론은 없다. 시민이 만들어야 한다.
  있어도 말하지 않는다.
  때로는 무서워서, 때로는 능력이 없어서, 때로는 알 수 없는 거래 때문에 말하지 않는다.
  최근 지역 주간신문들과 일간지들이 겨우 실수를 기사화하는 흉내 정도 외 경산시의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나 같은 범부의 눈에도 ‘바뀌었으면’ 하는 일들이 수없이 펼쳐져 있는데도 말이다.
  대통령 탄핵과 보수 퇴보의 주적이라고 말하는 지역 국회의원과 관련된 기사는 칭찬 이외에는 더더욱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나라를 뒤엎은 2016~2017년 변혁의 시기에도 조용하고, 모든 일을 잘한 듯 시청의 칭찬만 전하는 지방지는 이미 신문의 기능을 벗어나 특정 세력의 홍보지의 역할만 수행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은 70% 이상의 국민 지지를 받으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지만 만에 하나 국민을 외면할 때 크게 꾸지람할 용기와 안목은 과연 있을까?
  지금 있는 수십 개의 경산지역, 대구·경북 지방지가 앞으로도 제 역할을 못한다면 바른 언론을 시민이 만들어 그 역할을 하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비록 한 달에 한 번 발간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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