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성  근
(영남외국어대학 겸임교수)

   지대를 둘러싼 논점에 대하여

  지대가 과연 어떤 경제적 성격을 가졌으며, 어떤 경제적 역할을 하는지는 과거 수 백년 동안 경제학자들 간에 큰 논쟁거리 중 하나였고, 아직까지도 이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지대를 둘러싼 이러한 논쟁의 핵심은 지대가 토지를 이용하여 생산한 재화나 용역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비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이러한 논쟁은 우스꽝스럽게 들릴 것이다. 마치 임금이나 이자가 오르면 노동이나 자본을 이용해서 만든 물건의 값도 상승하는 것이 상식인 것처럼 지대가 오르면 땅값이 뛰고 그러면 주택가격이나 일반 공산품의 가격도 비싸지리라고 보는것이 상식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땅값이 너무 올라 수출경쟁력까지 위축된다는 우려는 이런 상식과도 부합된다.
  그러나 오랫동안 많은 경제학자들은, 지대는 토지로부터 생산된 재화 및 용역의 가격에 영향을 주는 비용이 아니라고 주장하여 왔다. 이러한 주장은 지대가 비싸서 곡물가격이 비싼 것이 아니라,곡물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지대가 비싸다는 경제학자 리카르도(David Ricardo)의 말로 요약된다. 그에 의하면, 지대가 비싼 것은 토지로부터 생산된 생산물의 가격이 비싸진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즉 지대는 토지생산물의 가격에 의해서 결정된 결과이지, 그 가격을 결정하는 원인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주장도 만만치 않은데, 즉 지대는 토지생산물의 가격을 결정하는 비용이 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지대가 순전히 가격에 의해서 결정된 결과인지 아니면 가격을 결정하는 비용인지는 토지정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만일 지대가 가격에 의해서 결정되어진 결과에 불과하다는 전통적 견해가 옳다면, 땅값에 직접 영향을 주는 토지정책은 토지생산물의 가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게 되며, 이에 따라 토지이용 양태에도 아무런 변동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그러면 토지정책의 일환으로서 토지가치를 과표로 하는 토지세는 매우 이상적인 조세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조세는 물가상승, 생산위축 등의 형태로 국민경제에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을 끼치기 마련인데, 토지세는 국민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국고를 살찌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지대가 가격을 결정하는 비용이 된다는 견해가 옳다면, 지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토지정책은 생산위축 등 국민경제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부정적 측면과 바람직 스럽지 못한 토지이용 양태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교정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갖는다.
  임금이나 이자와 같이 생산요소에 대한 대가는 지불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격이고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소득이듯이, 지대 역시 토지라는 생산요소의 이용에 대한 대가이므로 가격과 소득의 측면을 동시에 지닌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소득의 측면에서 본 지대란 어떤 한 지점에 위치한 개별필지에 귀속되는 소득이 아닌 경제 전체의 토지에 귀속되는 소득을 의미하고, 소득의 측면에서 본 지대는 주로 사회의 한 계층으로 지주계층이 누리는 소득과 같은 의미로 통한다. 다시 말하면 소득의 측면에서 본 지대는 총량적 개념의 지대인 것이다.
  이와 같이 소득의 측면에서 본 지대는 임금이나 이자와는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 임금이나 이자의 상승은 경제 전체의 노동력이나 자본의 공급량을 증가시키고 반대로 하락은 공급량을 감소시키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대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경제 전체로서 토지의 물리적 공급량은 이미 자연적으로 한정되어 있으므로 지대소득의 많고 적음이 토지의 물리적 공급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경제 전체의 차원에서 볼 때, 높은 임금이나 높은 이자율은 노동력 공급의 증가나 자본공급의 증가를 위해 필요한 대가이지만, 높은 지대는 토지공급의 증가를 위해 필요한 대가는 아니다. 토지로부터 생산한 생산물을 팔아서 얻은 총수입에서 토지 이외의 생산요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남은 나머지가 크면 지대를 많이 지불하게 될 것이며, 그 나머지가 적으면 지대도 적게 지불하게 될 것이다. 총수입은 토지로부터 생산한 재화의 가격에 따라 달라지므로 소득으로서의 지대는 토지로부터 생산된 생산물의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한편, 가격으로서의 지대는 항상 개별단위의 토지에 대하여 치르는 대가이다. 토지는 필지의 위치와 질에 따라 지불되는 지대에 차이가 있다. 개별필지의 토지는 여러 가지 용도에 이용될 수 있다. 각 필지별 토지는 가장 높은 지대를 지불하는 용도로 이용된다. 따라서 가격으로서의 지대는 다양한 용도에 대한 토지의 배분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만일 토지를 어떠한 용도로 이용하려는 사람은 최소한 이 토지가 다른 용도에서 얻을 수 있었던 만큼의 지대를 지불하지 않으면 이 토지를 이용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합당한 지대를 지불해야만 토지이용자는 원하는 토지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토지이용자는 지대를 생산비의 한 부분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다. 다른 용도에 있어서의 지대가 오르면 이에 상승하여 토지이용자는 현재 이용하고 있는 토지의 지대를 적절히 인상해 주어야 하며, 그 인상된 만큼 생산비가 비싸지므로 생산물의 가격도 높아져야 한다.

기자명 배성근(영남외국어대학 겸임교수)
저작권자 © 경산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