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주
김태주

  아버지의 구슬땀

  황량하고 휑한 들판
  검정고무신 발자국 도장 찍을 때
  갓난아기 아장아장 걸어 나온다.

  아지랑이 살금살금
  아가 볼 간질이며
  논두렁엔 잡초가 춤을 추는데
  무논엔 모내기로 산실을 꾸민다.

  구슬땀 한 말
  햇볕 한 말
  누렇게 영글은 황금벌판 채우니
  가을 하늘은
  더 높고 찐한 띠를 두른다.

  벼 이삭 마디마디 물 마른 인고로
  바람에 와쏴쏴 울음을 터트린다.

  큰손 한 번 지나가면
  홀쪽했던 포댓자루
  입 벌리고 배를 채운다.

  콤바인 기계 소리 할퀴고 떠난 자리
  아버지 곳간 만삭된 후에야
  아버지 이마에 구슬땀 닦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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