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밖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

이진구(칼럼니스트)
이진구(칼럼니스트)

  2월 말쯤 대구에 사는 친구가 찾아와 3명의 고교 동기가 경산 카페에서 만나 반갑게 담소를 나누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총선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민주당이 몇 석 차지할 것 같나?”

  진보 성향인 나에게 민주당의 22대 국회 의석수 전망을 물었다.

 “최소 180석은 될 것 같아!”

  나의 전망에 친구 둘이 동시에 놀라며 말한다.

 “국민의힘이 과반은 하지 않을까? 여론조사 지지율도 민주당을 이기던데?”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보기엔 국민의힘이 이긴다는 것은 허상이야! 대구ㆍ경북 사람들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지 말고 진실에 다가설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

  21대 총선이 있던 4년 전 모 선배와 나누었던 전화 통화 내용이 오버랩되어 떠올랐다. 당시에 내가‘민주당이 최소 170석은 얻을 것 같다’라는 전망에 선배는‘웃어서 미안하지만 정치 감각 많이 떨어졌네’라고 하며‘국민의힘이 과반은 차지한다’라고 단정하며 웃었다.

  그러나 결과는 민주당(비례 포함) 180석, 국민의힘은 고작 103석 얻었다.

  나는 선거 전문가도 아니고, 정치평론가도 아니다. 단지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특정 정파에 편향되지 않고 냉정하게 보려는 노력만 기울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니, 나의 22대 총선 전망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이 180석은 되겠다’는 판단이다. 설령 남은 20여 일 큰 변화가 있다고 해도 10석 정도를 더 얻거나 빠질 뿐일 것이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25석 모든 의석을 차지할 것 같은 보수의 심장 대구ㆍ경북 중에도 경산은 대구와 인접하여 대구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보수의 심장 한가운데다. 보수 텃밭 경산에서 굳이 이런 예측을 하고, 더하여 지인들에게 실망을 주거나 지탄받을지도 모르는 글까지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지금 ‘이성으로 돌아가자고 권유하는 중’이다.

  호남에서 민주당이 싹쓸이하듯 TK에서 국민의힘이 지역구 전 의석을 차지한다고 특별히 문제 되지 않는다. 단지 보수당 싹쓸이라는 지역 정서에 빠져 우물 안 개구리같이 세상을 보지 말고, 이성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권유하는 중이다. 그래야 극단의 주장이 멈춰지고, 정치적으로 다른 견해에 대해서도 인간다운 소통과 어울림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국, 특히 수도권에서는 ‘나라의 주인인 나 대신 나라를 경영하라고 뽑아 놓은 정부’의 행태에 대해 분노하며, 총선에서 심하게 경고하고 있다는 것을 이성으로 판단하자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2년, 국민은 없고 보수 다운 보수마저 무너지고 없다.

  우선 경제가 엉망이다. 성장률과 국민소득부터 물가, 금리, 부동산가, 주가, 무역수지, 환율까지 경제 전반에 멀쩡한 데가 없다. 

  공정을 외치던 대통령은 검찰을 비롯한 국가기관을 정치적으로 사유화해 정적을 제거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데 악용했다. 자신의 가족과 측근과 부하들은 범죄의 증거가 드러나도 수사하지 못하게 했다.

  재난관리와 질서유지 같은 국가의 기본 업무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도심 축제에 가거나 도시 외곽에서 차량을 운행하던 사람들이 무더기로 목숨을 잃는 참사가 줄을 이었다. 

  이런 문제의 비판에 귀를 막고 항의하면 입을 틀어막고, 야당과는 어떤 사람과도 대화하지 않는다.

  이런 윤석열 대통령을 무능하기로는 박근혜를 이기고 사악하기로는 이명박을 앞지르며 기괴하기로는 전두환을 능가한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당이 180석 이상 당선되게 하여 국민의 매서움을 보여주자는 것이 이번 총선 이슈이다.

  선거는 구도가 중요하고, 다음으로 이슈와 인물이 중요하다는 것이 선거 교과서이고, 전문가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이슈가 구도와 인물을 삼켜버린 특이한 선거가 되고 있다.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이준석, 민주당 대표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비례의석을 노리는 여러 정당이 창당했지만 거대 양당 1:1 구도로 치러진다. 민주당 경선에서는 상당히 많은 신인이 당의 중역들을 이기고 공천을 받고, 신인이지만 여론조사에서 당선이 유력하다.

 구도나 인물이 이슈에 묻혀버렸기 때문이고, 이렇게 2년을 이어온 이슈는‘정권심판론’이다. 

  3년은 너무 길다거나 최소한 정부에 강한 견제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22대 총선을 지배하고 있다. 정권심판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구도와 인물은 잔잔한 물결에 불과하다.

  경산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나의 예측처럼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민주당이 180석 이상을 차지하는 결과가 나온다면,‘판이 뒤집혔다’거나‘이변’이라며 놀랄 것이다. 그러나 판이 뒤집어지지도, 이변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이 결과는 윤석열, 한동훈 조합이 이끌어온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을 바라보는 국민이, 지금까지 쌓인 분노를 표출한 결과일 뿐이다. 

  이런 결과는 이미 2년 전부터 예상되었다.

  TK에 산다는 이유로, 자신의 판단을 부정확한 집단의 중의와 일치시켜, 그릇되게 판단함을 안타깝게 생각해서, 제발 이성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그래야 필요할 때 정부와 여당에 회초리를 들 수 있고, 우리의 정치가 바로 서게 할 수 있고, 우리의 삶이 나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야 균형 잡힌 보수, 진보를 만들 수 있다.

  최소한 TK 밖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 살펴보자!

 “나를 위해 이성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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