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즘

  공화당 상원의원이 있었다. 그는 경력위조, 상대후보 명예훼손, 불법금품수수, 음주추태 같은 온갖 추악한 비리가 불거지면서 상원의원직 지탱도 힘들 지경에 몰린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비리에 쏠린 눈을 돌리기 위해 수많은 교사와 노동자, 정치인과 연예인, 공무원 등을 공산당원으로 몰아버린다.

  1950년 국회 연설에서 “국무부 안에 공산주의자가 205명 있다.”며 마치 명단이 적힌 것 같은, 사실은 명단이 없는 빈 종이를 흔들었다. 그는 이 빈종이가 상징적으로 말하듯 거짓으로 가득한 근거 없는 폭로를 계속 했으며, 기자들은 그의 발표에 사실 확인 없이 특종 기사를 내보낸다. 이후 필요 이상으로 경색된 반공노선을 걸으며 미국은 국익과 국격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불후의 명배우 찰리 채플린 조차 공산주의자로 몰려 영화계를 떠나야 할 정도였다.이 광풍을 만든 사람은 미국 공화당의 매카시 의원이며, 이런 비이성적인 광풍을 매카시즘이라 한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녀로 몰아 화형시켜 죽인 중세 유럽의 끔직한 마녀사냥의 현대적 대자뷰이며, 수많은 유골이 발견되는 우리지역 경산코발트 광산의 학살이나 진배없는 일이 메카시즘 광풍이었다.

  정신없는 사람의 폭력과 어처구니 없는 대응

  얼마 전 한 시민단체의 대표인 김기종씨가 리퍼트 주한 미 대사를 피습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당과 야당은 물론 진보적 단체조차 피습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 했으며, 전 국민이 안타까운 심정으로 김씨를 규탄했다. 있을 수 없는 사건을 걱정하고, 김씨를 지탄한 것은 국민 모두 한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뒤의 일이다.

  정부와 권력기관과 언론은 이 사건이 야당과 진보단체, 시민단체들과 관계가 있는 것 같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서서히 종북몰이를 할 태세다.

  더욱 기가 막히는 일들이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를 향한 공격에 대한 석고대죄 단식을 벌이고, 기독교 단체는 병원 앞에서 쾌유를 비는 부채춤까지 추었다. 압권은 해외순방을 마치고 온 독립국가의 대통령이 해외에서 전화 위로한 것이 모자라 공항에서 병원으로 위로를 위해 직행했다니 이를 어떻게 봐야하나.

  피해 당사국인 미국의 메이저신문 뉴욕타임스 조차 “한국 보수단체는 미국을 신처럼 숭배”한다며 이 사건을 두고 ‘신’에게 사죄하듯한다며 비아냥거린다. 더하여 한국 정부가 이 사건을 빌미로 종북몰이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여당은 야당대표를 겨냥하여 ‘종북숙주’라고 발언한데 이어 대한민국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종북과의 대결인 듯 몰고간다. 덕분에 역대 최저로 치닫든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가 조금씩 오르고 있으니 종북몰이 유혹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매카시의 최후

 “우리는 의견의 차이와 조국에 대한 불충을 혼돈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우리가 역사를 깊게 고찰 한다면 겁쟁이의 후손이 아니란 것을 보여 주어야 하며, 억지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사람들의 후손도 아님을 보여 주서야 합니다. 메카시즘은 메카시 한명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를 용인하고 항의하지 않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메카시즘을 끝낸 미국 CBS 기자 에드워드 머로의 방송 대사이다. 계속된 방송에서의 호소에 머로는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게 되고, 매카시는 오히려 청문회를 받게 되고, 모든 권력을 잃고 술에 의지해 말년을 비참하게 보내게 된다.

  에드워드 머로는 말한다.

 “저녁 8시~11시 TV방송 편성표를 보십시요. 이 나라가 망조로 가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나는 텔레비젼이 지식인이 울부짖는 통곡의 벽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때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팍팍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어야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텔레비젼은 무지, 불평등, 불관용, 무관심과 맞서 싸우는 위대하고 결정적인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단지 생존을 위해 싸우는 지금도 칼집 속에서 녹슬고 있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성을 찾아서

  김재동도 이효리도 종북으로 몰리고 있다. 유권자의 50% 가까운 표를 얻은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도 종북숙주란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도 종북이며, 이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줘도 종북이란다. 종편은 자격되지 않는 사람들을 방송에 출연시키는 조건으로 종북몰이 해줄 것을 원하는 듯하다.
몇 년 지난 후 이러한 종북몰이가 국익에 특히 경제적으로 얼마나 나라에 큰 손해를 입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65년전 매카시즘 광풍의 효과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매카시와 당시 공화당이 펴온 공산당몰이를 우리나라에서 종북몰이로 재현시키기 위한 작업(?)들을 혹시라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그만두어야 한다.

  당장은 그들의 이익에 부합할지 모르나 이로 인하여 갈리고 나누어지는 국민들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나 정부, 언론 등이 하루 빨리 이성으로 돌아와 나라의 장래를 진심으로 걱정하여야 할 것이다.

  축구 국가대표 차범근 전 감독은 말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종북이라고 부르는 것은 삼가 했으면 하는 생각을 늘 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북쪽체제를 좋아하면 말하는 사람은 좋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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