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전명수)
송하(전명수)

  경산 갓바위는 경산 팔공산 석조여래좌상을 이르는 말인데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경산 갓바위 소원성취 축제가 열린다. 갓바위 불상이 팔공산 관봉에 자리 잡고 있어 먼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팔공산을 살펴본다. 팔공산(八公山)은 태백산맥의 보현산(1,124m)에서 서남쪽으로 연결된 산이다. 최고봉인 비로봉(1,192.3m)을 중심으로 동봉과 서봉이 양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으로 솟아 있다. 팔공산맥은 남동쪽의 초례봉에서 시작하여 환성산, 인봉, 관봉, 염불봉, 동봉, 비로봉, 서봉, 파계봉을 거쳐 북서부의 가산에 이른다. 인봉에서 가산까지는 팔공산맥의 주형으로 길이가 약 20㎞에 달한다. 팔공산의 옛 이름은 공산, 부악(父岳)이었고, 『신증동국여지승람』 기록에는 중악에 비겨 중사(中祠)라 하였다.

  후백제의 견훤이 서라벌을 공략할 때 고려 태조 왕건이 5,000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견훤의 군대를 정벌하러 나섰으나 오히려 동수 전투에서 견훤으로부터 포위당하였다. 그때 신숭겸이 태조로 변장하여 수레를 타고 적진에 뛰어들어 전사함으로써 태조는 겨우 목숨을 구하였다고 한다. 당시 신숭겸과 김락. 전이갑, 전의갑, 전락 등 8명의 장수가 모두 전사하여 팔공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승되고 있다.  

  팔공산은 그 줄기가 대구광역시 동구, 군위군, 경상북도 경산시, 영천시, 칠곡군, 구미시에까지 뻗어 있다. 위천의 지류인 남천이 북쪽 사면에서 발원한다. 산세가 웅장하고 하곡이 깊어 동화사, 부인사, 파계사, 송림사. 수도사, 은해사, 거조사 등 유서 깊은 사찰과 염불암, 부도암, 비로암, 운부암, 중암암, 백흥암, 진불암, 오도암 등의 암자가 들어서 있다. 영천시 청통면의 거조사 영산전을 비롯한 국보 2점과 송림사 오층전탑, 관봉석조여래좌상 등 9점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 외 수많은 국가 문화유산이 보존되어 있다. 팔공산에는 조류 24종, 포유류 14종, 식물 858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팔공산은 계곡이 아름답고 산봉이 웅자하여 1980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2023년 5월에 우리나라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갓바위 불상은 경상북도 경산시 와촌면 팔공산 관봉(850m)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으며 높이 5.48m의 석조여래좌상이다. 불상의 머리 윗부분에 갓 모양의 모자가 얹혀 있다고 하여 ‘갓바위 불상’이라고 한다. 병풍석과 같은 여러 개의 바위로 둘러싸인 공간에 불상과 대좌를 하나의 돌로 조각하였다. 갓으로 보는 머리 위의 자연 판석은 상당 부분 부서진 상태인데 이 갓은 불상보다 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관봉 석조여래좌상은 결가부좌에 항마촉지인을 취한 불좌상이다. 불신에 비해 불두가 약간 큰 듯하며, 움츠린 듯한 어깨, 압축된 듯한 상체의 긴장감 등에서 돌의 크기에 맞춰 조각하였다는 것을 알려 준다. 커다란 육계와 소발 형식의 머리카락, 방형에 가까운 원만한 상호, 큼직큼직한 이목구비를 갖추고 있다. 이마와 머리카락의 경계선이 마치 칼로 베어낸 듯 예리하며, 눈썹 사이에는 백호가 선명하게 돌출되어 있다. 인중과 코 주위가 깊게 조각되어 있으며, 입은 굳게 다물고 있어 근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항마촉지인을 취한 오른손은 땅을 가리키듯 손끝을 아래로 내려뜨렸으나 왼손은 배 앞에 두어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였는데, 일반적인 항마촉지인의 손 자세와 달리 손바닥 위에 조그마한 둥근 물건이 놓여 있는 모습이다. 불상은 기본적으로 물건을 들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약사불의 경우 약호나 약합을 가지고 있어 이 불상이 석가모니불의 수인인 항마촉지인을 결하고 있지만 약사여래불일 가능성도 있다. 법의는 양쪽 어깨를 덮은 통견 형식으로 착용하였다. 대좌는 흘러내린 법의 자락에 의해 앞쪽이 가려진 상현좌이다. 비록 환조의 불상이지만, 마애불과 같이 머리와 상체는 입체적으로 표현하였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선각에 가까운 기법을 사용하였다. 즉 상체는 건장하고 당당한 느낌을 주지만 하체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느낌이다.

  관봉석조여래좌상은 상호와 수인 등에서 통일신라시대 8세기의 특징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상체에 비해 하체가 빈약하고, 형식적으로 표현된 옷 주름 등을 통하여 통일신라시대 후기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봉 석조여래좌상은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바위를 깎아서 환조(丸彫) 기법으로 조성하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환조 기법으로 불상을 조성할 경우, 불상과 대좌를 따로 만들어 조합하는 것이 상례인데, 여기서는 하나의 돌로 새겼다는 점이 특징이다.

  갓바위 부처는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소문이 널리 나 있어 수많은 사람이 한가지 소원을 담아 열심히 기도를 드린다. 매월 초하루, 보름에는 앉을 자리가 부족할 만큼 수많은 인파가 찾아든다. 특히 대학 입시 철이 되면 학부모들이 찾아와 합격을 비는 기도를 드린다. 이처럼 갓바위 불상에 소원성취를 빌고 그 소원이 이루어진 전설이 전승되고 있다. 

  옛날 나라에 큰 가뭄이 있을 때 고을 원님이 중심이 되어 기우제를 올렸다. 이곳 경산시 와촌 지방의 기우제 장소는 갓바위 불상 앞이라 한다. 그 이유는 갓바위 부처가 위치한 장소가 땅에서는 가장 높은 곳이고 하늘과는 가장 가까운 지점이라 이 지역 와촌면 대한리 사람들은 이곳을 택하여 기우제를 올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우제를 올렸으나 비가 내리지 않으면 하늘에 반항하는 의식으로 갓바위 부처 주변에다 소나무 가지를 둘러치고 불을 질렀다고 한다. 그러니 부처의 전신은 온통 검게 거슬러져 흉물처럼 보이게 되는데 하늘의 용왕이 이 모습을 보고 당장 큰비를 내려 부처의 온몸을 깨끗이 씻어 낸다는 것이다. 용은 물을 주관하며 부처를 호위하는 존재이기에 불에 그슬린 불상을 그냥 바라볼 수 없어 큰비를 내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와촌면민들은 가뭄을 극복했다는 전설이다. 갓이라 이르는 불두 위의 판석이 깨어진 것도 불상에 불을 지른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갓바위 불상을 중심으로 매년 갓바위 소원성취 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제22회 2023 경산 갓바위 소원성취 축제이다. 오는 9.1(토)부터 9. 2(일)까지 2일간 열릴 계획이다. 축제 장소는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537번지, 경산 갓바위 공영주차장으로 선본사 바로 아래쪽이다. 이틀 동안 펼쳐지는 축제는 다례 봉행, 갓바위 산사음악회, 와촌 자주 뱉기 대회, 갓바위 골든벨, 살 빼기 댄스 퍼포먼스, 갓바위 버스킹, 체험, 프리마켓, 키즈존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어 화려하고 흥겨운 축제의 장이라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성할 것 같다. 프로그램 중에 갓바위 산사음악회는 원로가수 남진이 출연하며, 대금산조, 성악, 가야금 병창, 정담밴드 외 다수의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경산 갓바위 소원성취 축제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화의 다채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소중한 행사라 하겠다. 이제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로 접어드는 화창한 날씨를 즐기며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소원성취 축제에 참여하여 보고, 체험하고, 즐기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보기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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