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자유기고가)
이진구(자유기고가)

  정치학자 브리이언 셰프너와 여론조사 전문가 서맨사 럭스는 2009년 1월 20일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사진과, 2017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사진(아래의 두 위성사진)을 1만 4000명에게 보여주고“어느 사진에 더 많은 사람이 모였느냐”라고 물었다.

  이 명확하고 뻔한 질문에도 트럼프 지지자의 15%는 우측 뒷자리가 텅 빈 트럼프 취임식의 참석자가 더 많이 모였다고 대답했다.

  왜 보수로 자처하는 사람 중 15%는 누가 봐도 뻔한 사실을 다르게 말할까?

  <우기면 모든 것이 논쟁이 된다.>

  진영논리도 필요 없이 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 단순한 참석인원 판단 문제에 대해, 트럼프 지지자 15%는 특정 이익이나 맹목적 추종을 위해 트럼프 취임식 참석자가 더 많다고 우기고 있다. 더하여 백악관 스파이서 대변인은 “취임식 당일 42만 명이 워싱턴 지하철을 이용했다. 오바마 때 31만 7000명보다 더 많았다”라며 뜬금없고 군색하기 그지없는 해명을 내놓으며, 15% 트럼프 극성 지지자들을 엄호한다. 이렇게 백악관 대변인까지 궤변으로 논쟁에 뛰어들어, 전혀 논쟁이 될 것 같지 않은 인원수 판단도 논쟁이 되어버렸다.

  더하여 트럼프 캠프 고문 콘웨이는 ‘이것이 <대안적 사실>이다’라는 전혀 엉뚱한 발언까지 하며, 논쟁을 가열시켜 국민을 편가르기 시킨다.

  다행히도 미국 언론사와 기자 대부분은 정상적이어서, ‘거짓’을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이라 주장하는 대통령 핵심 참모가 “정권 유불리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라며 거센 비난으로 상식적인 판단을 옳다고 결론지었다.

  진영대결이 삼켜버린 사실과 정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권에서 시작된 진영대결은, 국민까지 극단의 양 진영으로 나누며 상대의 말은 무조건 부정하는 이상한 기류가 생겼다. 즉, 오바마, 트럼프 두 대통령 취임식 참석자 수에 대한 판단같이 아주 분명한 사실도 논쟁거리를 만들어 진영대결로 몰고 간다.

  일례로 간단한 사과면 끝날 ‘바이든’이라고 한 말실수를 갑자기 ‘날리면’으로 공식화 시켜 논쟁이 되어 버리니 국민 20% 초반이 또 ‘날리면’이 맞는다고 우기는 촌극이 벌어진다.

 ‘서울ㅡ양평고속도로 논쟁’도 비슷하다.

  고속도로 사건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7년 동안 같은 시점과 종점을 두고 예타까지 끝낸 노선이 갑자기 바뀌었는데, 바뀐 종점 부근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 땅과 처가 땅이 많아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국민과 야당의 문제 제기는 의무라고 할 정도로 지극히 당연하다. 국토부와 정부는 노선이 바뀐 이유를 설명하고 근거를 제시하고, 새로운 대안이 타당성이 더 있다면 절차를 밟으면 된다. 그런데 모든 것을 무시하고 진영대결로 몰고 가버려, 이 문제 역시 30%대 중반의 대통령 지지층과 60% 초반대의 대통령 반대층이 각자 지지하는 정당의 편을 드는 진영대결이 되어 버렸다.

  최근 경산시의회에서 벌어진 일 역시 그러하다.

  경산시의회에서 <시의원이 5분 자유발언 도중 끌려 내려온 사건>이 발생했다. 원인은 2년 전 국힘당 시의원을 포함한 전원이 동의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선언문’을 민주당 의원이 낭독했기 때문이다.

  국힘당도 불과 2년 전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상식선에서 반대했는데, 최근에는 이 문제까지 진영대결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는 듯한 국힘당 입장에서는 민망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발언 중인 시의원을 의장이 강제 퇴장 집행했을 것이다.

  다행히 의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으로 미봉 되었으나, 이 역시 이성을 잃은 사건이다.

  나를 위해, 이성으로 돌아가자!

  자유 대한민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힘당을 지지하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이게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반대로 민주당이나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것도 상식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양 진영을 대표하는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다. 호남에서는 국힘당 지지자를, 영남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나를 위해 이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고, 그다음이 국민이고, 또 그다음이 정당 지지자이다. 법보다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더 인간적이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이다.

  우리는 이익을 위해 국민을 진영대결로 몰고 가려는 정당이 우리의 삶보다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우리 당만 맞고 상대 당은 무식하고 부자만 위하는 부패한 당이다. 또는 우리 당 말만 맞고, 상대 당은 공산주의다.’라는 정당 놀음 틈에 끼어 시민의 영혼을 팔아야 할 이유가 없다. 온전한 나를 찾고 이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발 물러나 판단하자!

  나의 가족이나 친구, 또는 지인이 오바마 취임식보다 트럼프 취임식 참석자 수가 많다고 말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까? 최소한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간단명료한 사항을 복잡계로 끌고 들어가 정치적 논쟁을 일으키고, 그래서 여야를 대치시켜 한쪽으로 줄 서게 하는 정치권의 교활한 행태에서 벗어나 ‘인간 이성을 찾는 것은 나를 위한 노력’이다.

  누가 봐도 오바마 취임식 참석자가 많은 사진을 보고, 트럼프 취임식 참석자가 많다고 억지 주장을 하게 되는 <트럼프 취임식의 오류>에 벗어나 떳떳한 시민이 되는 것은 나를 위해 이성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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