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遼河), 생각만 해도 민족의 젖줄 같은 원초적인 정서를 느낌은 나 혼자만일까.

  요하는 중국의 동북지방 남부 평원을 휘돌아 흐르는 강이다. 얼핏 들어도 우리에게는 귀에 익은 강이다. 을지문덕(乙支文德)이 수양제의 30만 대군을 물리쳤던 곳이다. 청동기문화를 선도했던 비파형 동검과 투구며 빗살무늬토기와 적석총이며 여신상으로 대표되는 신전이 있었고 씨(c)자형 옥기로 상징되는 옥기문화가 출토되어 새로운 제5의 문명으로 눈길을 끄는 곳이 바로 요하 유역이다.

  여기서 꽃을 피운 문화가 이른바 요하문명이다. 하가점(夏家店)이나 우하량(牛河梁)과 흥륭와(興隆窪)와 오한치(敖漢旗), 그리고 조보구(趙寶溝)를 중심으로 하는 조양시(朝陽市)와 적봉시(赤峰市)가 그 문화의 요람이기도 하다.

  고조선 시기에 우리 한민족의 선조들이 둥지를 틀고 삶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었던 그런 곳이 아닌가. 오늘날 중국이 그리도 내세우던 황하문명을 넘어 요하문명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날 저네들은 만리장성 넘어 있는 동쪽의 오랑캐〔東夷〕쯤으로 야만시 했던 지역이며 문화였다. 오늘날 이렇게 중원의 자랑이며 표상으로 삼을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말하자면 요하문명이 중원에 청동기와 철기문화를 일으켜 중원은 물론이고 새로운 동북 아시아문화 발전에 횃불을 든 곳이 요하일 줄이야. 요하문명을 떠올림으로써 중원의 역사를 약 1천 년 이상 역사를 끌어 올리고 인류의 4대 문명 가운데 가장 오래된 문화로 끌어올리려고 한다. 마침내 국가의 역사문화의 큰 과제로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요하는 대흥안령(大興安嶺)의 남쪽 기슭에서 발원, 동으로 흐르다 길림(吉林)과 요녕(遼寧)성 어름에서 노합하(老哈河)와 만난다. 요녕성으로 흘러 들어와 삼강구(三江口)에서, 백두산에서 발원한 동요하와 만나 요하는 본디의 모습을 드러낸다. 강은 다시 남쪽으로 흘러 혼하(渾河)와 만나는 영구(營口)에서 발해(渤海)로 흘러들어간다. 요하는 유로연장이 1,390㎞에 이르며 유역이 약 21.9만 ㎢이나 된다. 그 유역이 한반도와 맞먹고 그 길이가 압록강의 배에 가깝다. 그러니까 백두산 곧 장백산맥과 대흥안령 사이를 흐르며 드넓고 기름진 대평원을 이루어낸 어머니 강이 요하였다.

  강은 우리말로 가람이다. 가람이 무엇인가. 말 그대로 한 지역과 다른 지역을 갈라놓음으로써 때로는 국경이 되기도 하며 마을과 마을의 사이를 갈라놓는다. 그러면서 끊임없는 토사의 퇴적 작용으로 대평원을 이루어주고 고조선(古朝鮮)의 삶터를 안겨준 문명의 어머니였다. 국가 형성 과정에서 문명과 종교의식은 물과 고기의 관계다. 임금이 하늘의 도움으로 그 권위로 나라를 다스렸으니까. 하면 요하문명의 요람이라 할 홍산 문화의 구심점이던 우하량 일원에서 천제를 올리던 원형 제단과 신전 곧 사묘과 적석총이 있었다. 행여 요하의 요(遼)와 천제와는 무슨 관련이 있을 법도 하다.

  요(遼)의 소리의 뜻의 알맹이는 요(窯)로 보인다. 화톳불 위에 나무를 쌓아놓고 불꽃이 사방으로 튀는 형상을 그린 갑골문자에서 보인다. 불화(火)와 삼갈 신자(昚, 갑문)의 합성자이다. 기우를 위한 하늘에 제를 올림에 있어 삼감으로 의식을 행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문헌에 따르면, 옥이나 비단, 짐승 등을 나무불 위에 얹어놓고 태움으로써 제사를 올리던 의식이었다.

  정월 초하룻날에 삼가 요제를 올림으로써 황제가 즉위하였다. 이르자면 횃불을 들어 불을 붙이고 거기에 희생의 제물을 바치고 하늘에 제를 올림으로써 비를 내리게 해달라고 빌었다. 때에 따라서 임금이 새로 즉위하는 의식을 올렸다. 요제와 함께 산천에 제를 올리는 의식으로는 망제(望祭)가 있다. 유물유적으로 보아 가장 큰 제단 터는 사방의 길이가 60미터 정도니 얼마나 큰 단이었는가를 짐작케 한다. 그렇게 큰 제단에서 의식을 올리자면 관련한 많은 부족장들이 모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많은 백성들이 일을 하고 협력을 했어야 했다. 북경의 천단(天壇)도 요하 천단의 닮은꼴이라고 할 수 있다. 말 없는 요하는 역사를 침묵으로 증언해 준다. 철기와 옥기문화, 기장과 조 같은 농경문화를 꽃피우던 고조선의 빛이 그립다. 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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