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1조 ①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하여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밝히고 있다. 동 ②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 하여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며, 국가 모든 권력의 근원이자 주체는 국민임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한편, 공무원윤리헌장은 ‘이 생명은 오직 나라를 위하여 있고, 이 몸은 영원히 겨레위해 봉사 한다’라고 규정하며, 대다수 공직자는 스스로 국민의 봉사자요 공복(公僕)임을 기본 신조이자 정신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면 배달조상이 백두산 아래에서 신시를 연 이래 수 천 년의 왕조시대와 40여 년의 일제강점기를 거쳐, 1945년 8·15 해방과 1948년 5·10 총선거로 독립국가로 재탄생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총체적으로 성장·발전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편, 1948년부터 지금까지 지난 66년 동안 2012.4 제19대 국회의원선거와 2012.12 제18대 대통령선거까지 우리는 십 여 차례의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의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지난 2014.6.4. 선거로 열 번째의 지방선거(1952년부터 지방자치제를 실시했으나 1961년 5·16 군사쿠테타로 중단, 1991년 부활 실시)를 겪었다.

  1948년 제헌국회에서 간선으로 임기 4년의 초대 대통령에 선출된 이승만대통령은 불법으로 개정한 헌법에 따라 1952년에 직선제로 2대 대통령, 1954년의 3선 제한을 철폐한 소위 ‘4사5입’ 개헌으로 1956년에 3대 대통령에 취임하였으나, 집권연장을 꾀한 1960 .3.15 부정선거로 시민·학생들에 의한 4·19혁명으로 하야하였다. 동년 8월 5대 국회에서 간선으로 선출된 제4대 윤보선대통령은 다음 해인 1961.5.16 군사쿠테타로 쫓겨나고 국회와 지방의회도 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1961년 군사쿠테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는 군사혁명위원회를 개칭한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불법으로 개정하고 국민투표로 확정한 헌법에 따라 1963.9 직선제로 제5대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뒤이어 1967.3 제6대 대통령, 1971.4 제7대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나, 장기집권을 노려 1972. 10.17 소위 ‘10월 유신’을 단행하여 다시 국회를 해산하였다.

  국회 권능을 불법으로 대신한 비상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국민투표로 확정한 유신헌법에 의거 그해 12월 대통령선출기구인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간선으로 임기 6년의 제8대 대통령에 선출되고, 1978.7 다시 제9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박정희대통령은 1979.10.26 자신의 심복이었던 당시 중앙정보부장(현 국정원장에 해당) 김재규에게 저격·살해됨으로써 18년간의 박정희시대는 막을 내렸다.

  그해 12월 초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제10대 최규하대통령이 선출되었으나, 며칠 후인 12월12일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박정희대통령 살해사건을 수사한다는 명분으로 직속상관이던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강제 연행, 구속하고 권력을 잡아 (소위 12·12사건) 이듬해인 1980.8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제11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그 후 전두환대통령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불법으로 개정하고 국민투표로 확정한 헌법으로 대통령선출기구인 대통령선거인단을 만들고 1981.2.15 그 기구를 통해 간선으로 임기 7년의 제12대 대통령에 올랐다.

  1987년 학생과 시민들에 의한 6·10항쟁에 굴복한 전두환군부정권이 헌법을 개정하여 다시 직선제로 바뀐 선거에서 당선된 노태우대통령은 1988년2월 임기 5년의 제13대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그 후 1993.2 제14대 김영삼대통령, 1998.2 제15대 김대중대통령, 2003.2 제16대 노무현대통령, 2008.2 제17대 이명박대통령에 이어 2013.2 제18대 박근혜대통령이 취임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 헌정사 및 민주주의 역사는 독재와 부정선거· 군사쿠테타 등으로 인한 불법개헌으로 수차례의 굴곡과 수난을 겪어왔다.

  그 와중에 헌법 제1조에 명시된 주권자로서의 국민과 국민의 손에 의해 선출된 심부름꾼, 즉 머슴인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등과의 관계가 뒤바뀌어 지는 것으로 은연중에 뿌리 깊게 인식되어왔다.

  선거 당시에는 머슴이요, 대변자라 자처하던 이들이 당선되면 권력자의 신분으로 행세해 왔고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인정하도록 수 십 년 동안 길들여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불법으로 권력을 잡아 대통령에 오른 이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고 국민들은 그들의 서슬 퍼런 위세에 눌려 숨죽여 살아야 했다. 거기에다 그들이 저지르는 불법을 합법화 시켜주는 도구요 들러리 신분으로 전락하였었다.

  2012년 12월 대선 당시 박근혜대통령후보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변화된 주인의식 앞에 자신들의 자세를 낮췄다.

  선거기간 내내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기초단체장 무공천, 경제민주화, 4대 중증질환자 의료보장, 기초노령연금지급 및 나아가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을 내걸고 수없이 읖조렸다. 심지어 국회의원 세비까지 삭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하여 공약을 믿은 우리 국민의 선택으로 박근혜후보가 힘겹게 당선되었다.

  그런데 지금 그 공약들은 어떠한가? 정치, 경제, 복지부문의 4대 공약을 비롯한 민생 주요 공약들이 모조리 없던 일들이 되거나 너들너들한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다. 경제민주화를 주창했던 참모는 대통령을 떠나고, 복지부장관은 교체되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였다.

  더구나 6·4 지방선거 한 달 여 전 2014.4.16. ‘관피아’로 불리는 부패한 국가기관과 유착한, 종교를 빙자한 타락한 자본과 그들의 인면수심 수하들의 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린 비겁하고 무책임한 행위로 인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였다.

  거기에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과 정부를 비롯한 해당책임기관의 무능과 무기력한 대응을 더하여 꽃다운 240여 명의 학생들을 비롯한 총 292명의 희생자를 내었고 사고 66일이 지난 현재까지 12명의 실종자도 찾지 못하고 있다.

  살아오면서 이번 일처럼 ‘국가와 개인’, ‘국가와 나’의 문제가 이렇게 가슴을 에리게 한 때가 없었던 것 같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니던가? 우리는 세월호 침몰사고와 그 수습 및 처리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가슴 아파하고 있는가?

  사고가 바로 ‘나’ 자신에게 일어났어도 아무런 실질적인 대응을 못할 것 같은 국가기관과 그를 어쩌지 못할 ‘나’ 자신의 무력감이 ‘나’를 너무 아프게 한다.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 같은 이 고통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전 국민의 우울증상이라 한다.

  이런 악재들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과거 집권당들과는 달리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별로 지지 않았다. 오히려 선방하였다는 평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마치고 박근혜대통령은 ‘70년 적폐의 탓’으로 진단하고 ‘국가대개조’를 천명했던 세월호 참사사건의 총체적 책임을 물어 국무총리를 물러나게 하고, 후임으로 일제 식민지배를 하나님의 뜻이라 했던 문창극을 인선하여 전 국민적으로 실망을 넘어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주인에게 문제가 있는가, 머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선거 전략과 지역구도의 문제인가? 그도 아니면 선거제도상에 문제가 있는가?

  이 나라 대한민국의 주권자요 주인으로서 우리 국민은 주인행세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객원 논설위원 정재학 / 자연과사람들(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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