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께서 8월 14일부터 4박5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가셨다. 필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나아가 우리 국민들에게 단시간에 이렇게 큰 영향을 준 인물은 없었던 같다. 그분이 방한기간 동안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언행은 감동 그 자체였고, 세월호 사태와 정치권의 대립 · 군 병사들의 가혹행위로 인한 사고 등으로 시름에 겨운 우리 국민들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자신을 낮추는 몸에 배인 자세

  우선‘낮은 데’로 임하는 그의 몸에 배인 실천적 자세와 태도는 전혀 꾸밈이 없는,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1791년의 신해박해와 1801년의 신유박해 등으로 무고하게 희생되었다가 이번에 복자로 추대된 124위를 위한 시복식에서나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 등 모든 행사와 오고 가는 여정에서 그는 지나친 의전을 일체 사양하고 배격하였다. 손가락을 빠는 아이 입에 자신의 손가락을 넣어주며 천진하게 웃는 모습은 그 자체가 자비였고,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잊혀 지지 않을 한 폭의 그림이었다. 심지어 장애우들의 공연은 의자도 마다하고 선 채로 관람하였다. 자신을 낮춤으로써 스스로 고귀해지고 세상의 존경을 받는 산 증인이었다.

  #도움을 간청하는 이들을 밀어내지 말라

  일본군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잡으며 고귀함을 간직하셨다며 국민적 자존심을 일깨워 주셨고, 세월호희생자 유족들에게는 단독세례와 직접 쓴 편지와 묵주를 전하며 진심의 위로를 전했다. 중립성 훼손 운운하며 노란 나비 리본을 떼는 것이 어떠냐는 어느 몰지각한 건의에 ‘세월호 유족들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며 리본 떼기를 거부한 것은 진정한 용기였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 그리고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을 위해 ‘도움을 간청하는 이들을 밀어내지 말라’는 촌철살인의 한 마디를 던지셨다. 또한 부자로 살아가는 수도자들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고통을 준다고도 하였다.

  지금 우리나라 곳곳에선 권력과 지위 그리고 부의 폭력 앞에서 고통과 희생을 강요당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우리들이나, 또 입만 열면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위해 뛰겠다던 많은 정치인들과 종교인들은 자신들은 딴 세상에 살며 그들의 고통을 애써 외면한 채 위선을 떨고 있지는 않는지? 교황께서 약자들을 위해 몸소 보여준 진정한 용기와 실천은 우리 모두에게 자신을 반성하게 하고 성찰하게 하는 귀감이었다.

  #남과 북, 한 형제끼리는 77번을 용서해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같은 말을 쓰는 한 형제의 나라인 남과 북은 77번을 용서하라는 예수의 말씀을 화해와 평화의 핵심으로 삼고 평화의 그 날이 올 때까지 새벽을 준비해 가기 바란다’고 강론했다. 최근 몇 년 간을 되돌아보면 남과 북의 긴장관계로 사회가 불안하고, 군내부에선 이런저런 사고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때에 77번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북문제를 풀어나가면 갈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원산이나 나진, 신의주 등에 공단을 설치하여 북한주민을 고용하고 북한경제를 견인하는 것이나 남북도로나 철도를 연결하여 부산에서 유럽까지 연결하여 세계인의 관광과 물류를 선도하는 것 등은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

  #항상 깨어 있어라 - 우리 모두에게 던진 화두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순간순간 많은 실수들을 되풀이 하면서,‘다음엔 안 그래야지’ 하는 반성들을 한다. 그리고 항상 준비하지 않고 또는‘깨어’있지 않다가 기쁨을 놓치고 같이 환호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들이 있곤 한다.

  아시아청년대회에서 청년들을 향해“항상 깨어 있어라. 잠들어 있으면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고 한 덕담은 비단 청년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슴에 새길 명언이리라.

  교황은 다녀가셨지만 그가 남긴 흔적과 실천과 말씀들은 종파를 초월하여 감동을 느낀 우리들 모두의 가슴 속에 오래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정 재 학(객원 논설위원, 자연과사람들(주)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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