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된 명이나물

  육지에서 잘 자라지 못하는 나물 중 울릉도 특산물인 '명이나물'이라는 것이 있다. 경산에서도 고기집 몇 곳에서 이 명이나물을 밑반찬으로 내고 있는데, 고기와 쌈으로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백합과의 다년생 식물인 ‘산마늘’을 유독 울릉도에서 '명이나물'이라 불린다.

  오래 전 관광객이 적고 오징어 수입이 많지 않았을 때, 가난한 울릉도 섬사람들은 대부분의 겨울을 '쌀 몇 줌에 이 나물을 넣어 죽을 끓여 먹는 것으로 명을 이어갔다'하여 '명이나물'로 불렀다 한다.

  이렇게 섬 사람들의 명을 이어준 나물은 점차 그 맛과 효능이 알려지면서 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 5년만에 그 가격이 10배 이상 오르는 바람에 지금은 고급 고기집에서 조차도 밑반찬으로 내기는 가격에 부담이 있어 맛보기가 어렵다.

  이러다 보니 명이를 쉽게 채취할 수 있는 평지는 이미 다 뜯기고 경사가 급한 절벽 쪽에 나물이 남아 있다. 대량으로 재배도 하고 있지만, 명이나물의 특성상 5년이 되어야 잎을 먹기 때문에 절벽의 명이나물이 을릉도 주민을 유혹하고, 위험을 무릎 쓰고 명이나물을 뜯던 사람들이 여럿 다치거나 죽기도 한다.

  을릉도 주민들의 '명을 이어준' 고마운 나물이 이제는 '명을 재촉하는' 나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명을 잇기 위해서 초근목피 할 때야 어떤 위험이라도 감수하고 채취해야 하겠지만, 이제 울릉도도 관광수입 한부분만해도 년간 1,000억이 훨씬 넘는 먹고 살만한 지역에서 목숨까지 담보하며 나물을 채취하는 것은 지나친‘욕심’이 아닐까?

  로마를 흥하게 한 의회, 망하게 한 의회

  2,000년전 로마는 인구가 6,500만명에 이르렀고 주변국이 감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부를 이룬 나라였다. 지금도 그 흔적은 로마시 전체를 거대한 고대사 박물관으로 만들 정도이다.

  학자들은 이렇게 로마가 부흥할 수 있었던 이유를 공화정(의회)에서 찾는다.

  로마의 공화정(의회)은 호민관이라는 제도를 두었는데, 이 호민관은 평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 되었다. 호민관은 평민을 대변하고 평민의 권익에 위배되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권이 있었다.

  이 제도 아래에서 평민들은 창의적이었고, 역동적이었다. 상업은 발달했고, 새로운 문물이 로마로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귀족들을 대변하는 원로원과 평민을 대변하는 호민관이 서로 소통하고 견제하는 민주주의적 제도가 이미 갖추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 로마를 상징하는 네 개의 문자는 S(귀족), P(평민), Q(함께), R(로마), 즉‘귀족과 평민이 함께 만드는 로마’였다.

  로마의 공화정은 시대정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평민의 재능과 열정을 경제발전으로 연결시키는 제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전쟁영웅 카이사르가 등장하면서 호민관의 취지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평민들의 권리를 대변하고, 평민들에 의해 선출되던 호민관의 자리를 하나, 둘 귀족이 차지하고, 서민과 귀족이 서로 소통하고 견제하던 공화정이 서서히 없어져 갔으며, 귀족을 중심으로 한 황제 1인 독제체제인 황제정으로 서서히 바뀌었다.

  이에 따라 로마의회의 최대 장점이었던 자유로운 토론과 소통은 사라졌다.

  부와 권력은 황제에게 집중되고 평민은 몰락하고, 평민의 몰락으로 인해 로마는 서서히 멸망해갔다.

  주변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부를 이룬 근저에는 생산 활동을 하지 않는 귀족보다는, 로마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일하는 - 평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망각한 것이다.
  평민에게 있는 마지막 권리와 간접적인 참정권까지 빼앗아간 로마의 황제와 귀족은 ‘욕심’에 의해 스스로 패망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하버드대학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볼 수 있듯이 폭넓은 권력분배가 동반된 포용적 정치제도를 갖춘 나라는 부강하게 되고, 권력을 독점하고 견제의 기능을 상실한 나라는 망하게 된다."고 말한다.

  눈앞의 욕심이 평민을 망하게 하는 것은 물론, 종국에는 귀족과 황제 스스로를 망하게 한 것이다. 욕심에서 비롯된 ‘독점’은 결국 나를 죽인다.

  김민기씨의‘작은 연못’이란 노래가 있다.

  .....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예쁜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지금의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이야기하는 노래 같다.

  여당은 입법, 사법, 행정부 전부를 독점하는 것은 물론 언론, 경제까지 독점하려는 듯 맹공을 펴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야당은 자존심이 걸린 특정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거는 듯하다.

  정치 실종이다. 이들에게 타협과 협상이 있을 수 없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한 지지자들의 진영 타툼은 영호남 분열보다 더욱 심각하게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이제 남은 희망은 국민뿐이다. 양 극단의 논쟁에서 벗어나 로마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공멸의 교훈을 오로지 국민이 판단해야 할 때이다.

  우리 국민은 그 정도는 판단할 수 있는 현명한 국민이기 때문이다.

  "명이나물"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사람들 스스로 때로는 명을 잇는 나물로, 때로는 명을 재촉하는 나물로 이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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